조리 천국

#1 시아가 자라는 오늘들 - 05

by ㅇㅅㅅㅇ

산모들에게 출산에 대한 보상은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이다. 아마도 인생에서 몇 안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사실 산후조리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산모들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충분히 산후조리를 해야 한다. 충분한 산후조리가 쉽지 않은 아내에게 2주간의 산후조리 기간은 그야말로 '조리 천국'이었다.



조리 천국


출산 후 입원기간이 지나 조리원으로 입실하려고 준비했다. 이제 조리원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는데, 수간호사님이 급하게 입원실 문을 두드렸다.

"죄송하지만 지금 조리원 방이 부족해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말인즉슨 우리가 출산한 그즈음에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조리원 방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조리 천국'은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것인가?'

실망이 컸다. 아내에게 괜히 미안했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예약한 조리원 비용으로 지금 입원해 계신 VIP룸을 쓰시면 어떨까요?"

지금 입원한 방은 일반 방보다 두 배 가량 넓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서는 산모가 충분히 움직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볼 필요 없었다. 비용도 저렴하게 해준다니 더 좋았다.

"예, 그럼 하는 수없이 그러죠 뭐."

우리의 조리 천국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모유수유와 유축의 상관관계


조리 천국의 일정은 대략 이러하다. 식사, 유축, 아기 식사, 모유수유 교육, 산후 마사지 등이다. 나름 일정이 빡빡하다. 출생한 아기는 아주 본능적인 일에 충실해진다. 그것은 먹고 싸는 문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먹는 것이다. 신생아에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모유다. 모유는 소화가 잘 되고, 아기의 면역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아기의 비만율과 소아암 발병률을 낮춰준다. 모유는 신생아에게 바로 먹이기 쉽지 않다. 아내도 직수가 어려웠다. 그래서 유축을 통해 젖병으로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모유수유와 유축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직수가 될 때까지 유축은 계속되어야 한다.

신생아는 적어도 1~2시간에 한 번씩은 먹어야 한다. 젖을 먹은 아기는 금세 잠든다. 그리고 배가 고프면 운다. 아기의 언어는 울음기에 그렇다. 그래서 직수가 되지 않는 산모들은 모유수유를 위해 아기가 잠든 사이에 유축을 해야 했다. 산모들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일들을 조리 천국에서 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천국이다.

아내도 유축과 수유를 반복해야 했다. 조금의 모유라도 시아에게 먹일 수 있어 감사했다. 유축을 마치고 돌아와 부러운 듯 말했다.

"어떤 엄마는 직수로 모유 수유해. 어떤 엄마들은 유축이 엄청 잘 돼서 30분만이 끝나. 조리원에서는 모유수유 잘하는 엄마가 짱이야."

아내를 위로했다.

"괜찮아 모유 점점 잘 나올 거야."

그렇다. 조리 천국에도 부러워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젖이 잘 나오는 것이다. 젖이 잘 나오는 엄마가 세상 부럽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부러움인가! 세상을 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모성애의 부러움이다. 연봉, 집, 차 등 세상의 소유와는 다른 뭐랄까 더 모성애의 순수함일 것이다. 아기에게 무언가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조리 천국을 위한 남편들의 노력


비단 엄마의 마음만 그러하랴! 아빠도 엄마 못지않게 아기를 향한 마음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아빠는 아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엄마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모유'는 있지만 '부유'는 없다. 아빠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내를 위해 헌신 봉사하는 것이다. 나는 고생한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결단 속에서 조리원에서의 출퇴근이 시작되었다. 단언컨대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이다.

아내는 몸이 붓고 힘들어했다. 계속되는 하혈과 통증으로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조리원에서 아내의 밥을 챙기고 치우고, 아기를 데려오고 젖을 먹이고 다시 데려다주고, 아내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고 가지고 오고 했다. 그래도 아내보다 힘들지는 않다고 되뇌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힘든 건 힘든 거다. 직장으로의 출근과 육아로의 출근은 쉽지 않았다. 조리원에서의 잠자리는 불편했고, 아내의 심부름도 귀찮기도 했다. 그런 스스로를 보면서 아직 좋은 아빠가 되기까지는 멀었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 모성애는 선천적 일지 몰라도 부성애는 후천적이다. 그러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우선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시간 동안 아내와 시아에게 사용했다. 시아와 되도록 스킨십을 하며 말을 건넸다.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말을 걸고 쓰다듬어 주는 행동들이 시아에게 나를 아빠로 인식시켜주기 때문이다.

문득 깨달았다. 젖을 먹이는 아내를 보며, 젖을 먹는 시아를 보며 아빠로서의 책임이 느껴졌다. 한 손에 폭 안겨 있는 시아를 보며 지켜줘야 할 존재임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아내와 시아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직은 좋은 남편, 아빠가 아닐지 몰라도 어제보다는 더욱 좋은 남편이고, 좋은 아빠일 것이라 믿는다. 그런 하루가 쌓여 아내와 시아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육아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스스로 다짐해본다.

'어제보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지.'



태풍의 눈


조리 천국은 사실 폭풍 속 고요한 2주다. 폭풍 전 고요함의 시간 일지 모른다. 마치 태풍의 눈과 같다. 태풍의 중앙은 그야말로 고요하고 화창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아주 잠시일 뿐이다. 곧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그야말로 2주는 폭풍처럼 지나갔다. 이제 집으로 가야 했다. 뭐랄까 막막했다. 이러한 경험은 신혼여행 이후 처음이었다. 신혼여행 마지막 날 집에 돌아가기 싫었던 그 느낌과도 같았다. 시아가 잠든 사이에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긴장한 듯 고요했다. 시아가 보채거나 깰까 두려웠다. 분유도 기저귀도 준비했지만 마음이 번잡하고 분주했기 때문이다. 여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시아는 잘 잤다. 중간에 깨기도 했지만 분유를 먹이니 금세 잘 잤다. 감사했다. 이제 곧 집에 도착한다.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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