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women Sep 29. 2019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사람이라서

사소하지만 결정적이었던 퇴사 이유.

하늘이 너무 새파랗기만 해도 조금 촌스럽게 느껴진다. '화보 촬영을 왜 굳이 해외에 나가서 찍느냐'는 의문점을 가진 사람도 더러 있는데, 사실 배경도 배경이지만 '빛'의 차이가 꽤 크다. 같은 아이폰으로 촬영하더라도 서울과 도쿄, 파리의 색감이 다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빈티지한 색감의 필터를 살짝 얹은 듯했던 2019년 9월 23일의 하늘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2배쯤 더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정말로.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흘려보낸 오늘같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매운 음식 때문인지 알코올 때문인지 요즘 속이 편치 않다. 맵고 짠 것들을 가리다 보면 결국 맑은 국물의 설렁탕 한 그릇이 남을 때가 많다. 이남장은 처음이었다. 월요일 남편 퇴근 시간 즈음에 갔는데 자리는 많았다. 앉기도 전에 LTE급으로 서빙되는 대파와 김치, 소주 한 잔 걸치는 분들 사이에 앉아 설렁탕 한 그릇(1만원)과 내장탕 한 그릇(1만1천원)을 시켰다. 


특이 아닌데도 특을 시켰나 싶을 정도로 편육은 듬뿍, 소면과 밥은 적당히 말아져 나왔고, 석박지와 배추김치는 먹기 좋게 잘 익어 새콤하니 맛있었다.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설렁탕 맛은 좋았지만 대단히 맛은 아니었고, 노포라지만 신발 벗오 의자에 발을 턱 올린 채 식사하는 이들 때문에 재방문은 살짝 고려하게 될 것 같지만.  


참, 며칠 전에 퇴사를 했다. 퇴사 사유는 많았지만, 사소하고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조직문화였다. 물론 그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일 수 있고, 그렇게 해도 성공에 가까워지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덜 얻게 되어서 아쉬울지언정 수단과 방법은 가리고 싶다. 나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화력과 선명한 눈빛, 곧은 애티튜드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나의 가치관과 기준을 벗어나지 않고 옳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계속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과연 사업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하다 보면, 또 나름의 기준이 생겨날 테니까. 

혹시 이 글을 우연히 읽게 되신다면, 작은 응원 보태주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보넷길을 아시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