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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Sep 18. 2020

아버지 제사를 남동생네가 모시기로 했습니다.

엄마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6년이 흘렀습니다. 세월 따라 홀로 남으신 어머니도 내년이면 여든이 되십니다. 건강에 장사 없다고 몇 번의 수술도 있으셨고, 올해 초 두 무릎 수술을 하시면서 눈에 띄게 쇠약해지셨습니다. 지금은 딸들이 1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엄마를 찾아 뵙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딸들과 남동생네가 모셔가고 싶어하지만 아직은 괜찮으시다며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지금처럼 좀더 있고 싶다고 하시네요...


몇 년 전부터 2번의 명절과 제삿날을 보내고 나시면 몸살로 며칠을 누워계셨습니다. 우리 형제는 8남매입니다. 아들 1명에 딸 7명입니다. 동생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 서울에서부터 남쪽 아래까지 살고 있습니다.  모두 결혼을 하고, 조카만 13명으로 완전 대가족입니다. 그렇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명절이며 제삿날에 식구들이 모일 때면, 사위들과 손주들이 먹어야 하는 음식까지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딸들이 휴가를 내어 미리 가서 장도 보고 음식도 하고 뒷정리를 합니다.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나가서 먹기도 하고, 딸들이 미리 배분해서 반찬과 음식을 만들어서 오기도  합니다. 움직이지 마시고 말씀만 하시라고 하는데 가족모임 자체가 참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가족들이 얼굴보고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이번에 가족들이 모이면 아버지 제사에 대해 가족회의를 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신 것 같습니다. 동생네 의견을 물어보았고,절에 모시자 등 여러 의견이 있었고 엄마도 동생네가 꼭 모실 필요가 없다고 하셨지만, 동생네가 당분간이라도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시누이가 많은 집에 시집온것만으로도 고맙고, 또 딸들이 시누이면서 며느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올케입장에서 부담을 주지 않을려고 했습니다. 동생네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는데, 저희 가족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둘이 오손도손 잘살면 된다고 명절, 생신, 제사 외 시댁과 시누이는 일체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물론 또 올케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제사로 동생과 올케에게 더 큰 부담을 주어 미안하지만 그만큼 우리도 더 잘할겁니다. 16년동안 그랬듯이 음식비는 지금처럼 동일하게 배분할것이고, 딸들도 미리 가서 같이하고, 동생네 스타일로 케잌하나 놓고 제사를 지내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우리 가족들의 의견이 동일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은 조금 복잡해지더군요.


첫 번째는 엄마 마음입니다. 엄마는 아버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버지 입맛에 맞추어, 하나하나 모든걸 정성스럽게 준비하십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많이 드신 떡국을 싫어해서 설 명절 떡국은 올리지 않습니다. 떡은 기지떡과 송편을 좋아하셨고, 파란나물은 비듬나물을 좋아하셨습니다. 잘 깍아진 생밤을 사자고 몇 번을 얘기해도 굳이 손수 다 깎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의 마음은 오랜 기간 8남매를 키우며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고, 정이고, 그리움일 것입니다. 또 엄마의 성격이 바라는 바를 시원하게 말씀하시지 않기 때문에 혹여, 제사 음식이며 여러 가지가 엄마 맘에 들지 않으면 동생한테 얘기는 못하고 속병 나실까봐 그것도 걱정이긴 했습니다. 엄마가 하신 말씀처럼 케잌을 놓던 간소화를 어떻게 하든 정성스레 준비한 동생네를 존중해주어야 하는 거니까요.


두 번째는 아버지가 지내셨던 곳에서 아버지를 계속 모시고 싶었습니다. 왠지 낯선 곳에 보내드리는 같은 헛헛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지금은 내가 너무 힘들어 이렇게 결정했지만, 언제 또 어떻게 맘이 바뀔지 모른다"라고 하신 말씀에 울컥했습니다. 엄마도 보내시고 싶지 않으신 거겠죠....


아버지가 지내셨던 곳에서 마지막 제사를 올렸습니다. 동생은 제사 시작 전 앞으로 본인이 거취하는 곳에서 제사를 올리겠다고 아버지께 고하는데 울컥했습니다.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왠지 아버지와 두번 이별하는 듯한 마음입니다. 다른 언니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께 술 한잔 올리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릎이 안좋으셔셔 절은 못하시고 서서 술잔을 받으시고 잠시 있으셨습니다.



남동생네가 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서 본인 집으로 가져가기 위한 물품 목록입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인데,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동생네로 가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마음 그대로 남동생네와 딸들이 잘 모실것이며, 엄마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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