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긴어게인 Mar 26. 2024

올케이야기(3) 시누이 폭발! 남동생 연락처를 삭제했다

서로의 불편함은 엄마의 '암' 치료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엄마는 3년전에 암수술을 하셨다. 거주가 대전이신데, 일산 암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수술 후 검진 방문 시 머무를 곳이 필요했다. 남동생네가 병원에서 가장 근거리이고, 자녀들 모두 직장인인데  올케가 전업주부라서 엄마가 혼자 계시는것 보다는 나았기에 남동생에게 부탁했다. 비용은 모두 같이 분담하고, 대신 엄마를 모시고 병원과, 먼거리 이동은 다른 자녀들이 담당했다. 무릎 수술 시 2달을 큰언니가 모셨기에 충분히 모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이기 때문에, 며느리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었다.


정기검진은 6개월에 한번이다. 검진을 하고 일주일 후 의사 면담이 있다. 검진하는 날, 의사 면담하는 날, 먼거리 이동을 '직장인인 누나들/매형들/제부'가 담당한다. 남동생네는 일주일 모시는 것이었다. 어느날 '밤늦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집으로 택시를 타고 오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생각했다 '뭔가 터졌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엄마에게 말씀드렸다. "엄마!! 오늘은 너무 늦었고 이렇게 오면 남동생네가 걱정하니 그냥 오늘은 주무시고, 내일 모시러 갈게"


다음날 남동생네로 가서 엄마를 모시고 왔다. 혹시나 남동생네가 맘이 상할까. "엄마가 너네가 힘드니 며칠은 우리집에 계신다고 하네"라고 했다. 남동생은 물어보지 않았다. 엄마가 왜 불편한게 있어서 가겠다고 하시는건지. 혹시 오해라도 있었는지. 남동생은 '그럴 맘이 없는 것'이었다.





놀러는 잘 다니시면서 '열차'는 왜 못 타시냐고?

나이 4,50대만 되어도 '체력저하'를 실감한다. 엄마는 여든이 넘으셨고, 협착증으로 허리와 무릎 수술, 암 수술까지 하셨다. '체력'이란게 있을 수 없다. 그토록 좋아하시던 시장구경 마저 뜸해지셨고, 횡단보도도 쉽게 못 건너고 숨차하신다. 엄마의 서울 이동은, 명절과 병원, 2달에 한번 정도인데, '덜 힘드시게 모시는게' 자녀들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매번, 상황에 따라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분담하고, 도저히 안되는 경우만 남동생에게 부탁했다. 그마저도, 남동생은 'KTX'로 오시면 역까지만 마중하겠다고 한다. 내려 가시는 것도 'KTX'로 바로 '당일'로 내려가시게 했다. 하루에 3가지 이상의 검진을 받고 나면 힘이 없으시다. 하룻밤이라도 편히 쉬시게 하고 보내시는게 안되는 일인가? 남동생은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물었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남동생을 설득했다. "KTX가 편하긴 하지만, 짐을 들고 부축하는 사람 없이 그 많은 계단으로 이동하는 건 힘들지". 남동생이 대답한다. "계모임은 나가면서 KTX는 왜 못 타시는데?" 남동생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이해한다. 남동생이 출근하고, 올케와 엄마만 남겨져 있으면 올케가 편하진 않겠지. 엄마 세끼 챙겨드리는 것도 불편하겠지. 딸이 아니라 며느리이니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남동생이 이해되지 않는다'. 남동생네를 제외하고 나머지 자녀들이 몇 년 동안 '엄마의 이동'을 담당했다. 대전에 있는 제부는 '당일치기'로 올라와서 모셔가기도 했다.


'아들'과 ''의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은 같지 않은 걸까?

엄마는 '아들'밖에 없는데, 아들이 얼굴 보여주고 마음 써주는게 힘든 걸까?

사위들도 하는데, 아들이 왜 저럴까!! '에휴!! 엄마 복이지 뭐하고 한숨만 나온다





"어머니, 오빠가 시댁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요!!

엄마 찾아 뵙는것 등 작고 크게 ''과 '아들내외' 불편한 심리전(?)'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이번 설 명절을 전후로 몇 사람의 인내는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 폭발했다. 엄마는 이번 설 명절에 몸이 힘드지만 올라와서, 아들/딸/며느리에게 '하고 싶은 마음/당부'를 전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 엄마가 남동생에게 언제, 어떤 차편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지를 물으셨는데, 남동생은 자기가 시간 안된다는 것만 얘기했고, 일정을 확인하고 연락하겠다고 한 '아들놈'이 며칠 아무 소식도 연락도 없자, 엄마는 '올케'에게 전화를 해서 물으셨다. 


올케의 대답은 "어머니, 오빠가 시댁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요!! 오빠한테 전화하세요 라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 확인하니 남동생이 올케에게 한 얘기가 맞았다. 그렇더라도, 조금만 '올케가 지혜로웠다면', 엄마에게 그냥 '저녁에 상의해서 알려드릴께요'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의 맘도, 시누이의 맘도, 결혼하면서 처가에 본가 못지않게 '사위'역할 열심히 한 엄마의 사위들도 모두 괜찮았을텐데... 며느리의 말도 그렇거니와 '아들놈'이 말하는 모양새를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속상해하며 밤잠 설치다 12시가 넘어 딸들에게 전화한 엄마에게 딸은 한마디씩 한다.


"왜 !! 며느리한테 전화해서 그런소리 들어. 둘 다 연락하는 법이 없고, 연락을 해도 무슨일인지 다시 전화도 안하는데 뭐 좋은 소리 들으려고 해. 하려면 아들한테 해야지"





사위들은 '처가'일 신경쓰고, 며느리는 '시댁'일 '꺼야' 하는 거니?

딸들은 며칠동안 화가 나는 것을 참았다. 엄마에게 아무것도 듣지 않은척하고 있었다. 

그런데 명절에, 음식을 하고 있는데 올케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형님. 오빠가 제가 시댁일에 신경쓰는거 안좋아해요!! 그런데 어머님이 자꾸 전화해요"

나는, "알았어, 올케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했어. OO이가 전화를 안받자나, 연락이 안되니까 급해서 하신거지" 라고 얘기를 했지만,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올케의 그 말이. 요즘은 결혼을 해도 각자 집안에 잘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며느리에게 시댁에 잘하고 관여해야 한다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해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화하면 안되는건가? 며느리는 시댁일에 신경쓰면 안되는건가? 지금껏 단 한번도 올케에게 뭐라 얘기를 한적이 없었다. 생각했다 "내가 편했나? 아님 하고 싶은 얘기를 해서 맘이 편해지고 싶었거나, 나에게 무언가 변명을 하고 싶었나"라고. 그러나, 


많이 불편했다. 나는 올케와 남동생에게 불편함 마음이 커졌다. 

생각했다. '아들 제대로 못 키운 엄마탓이지, 누굴 탓해!! 똑같구먼, 자식이나 며느리나!!' 솔직한 마음이다. 


남동생을 불렀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 형부들은 20여 년이 넘게 처가일을 했어. 명절과 생신을 한번도 빠짐없이 챙기고, 처가에 왔다. 엄마가 기력이 없다 하면 서울에서 음식을 사서 오고, 엄마 입맛에 맞는 곳이 있으면 손수 찾아서 엄마에게 드린다. 집안에 물이 새고, 뭐가 고장났다 등 온갖 일이 생기면 퇴근후라도 사위가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정리를 하고 오잖아. 엄마 생신, 가족 모임을 너나 올케에게 맡긴적도 없다. 몇 달이 가도 전화한통 안하는거 뭐라했니? 엄마팔순 때 제일 늦게 와서 저녁만 먹고 너네만 가버린거 뭐라했니? 단 한번이라도 뭐라 한적이 있냐고. 그런데 뭐? 시댁일에 신경쓰지 말라고? 사위는 하는데 며느리는 안되니? 올케는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더라. 적어도 엄마가 편찮으셔서 병원가는건 얘기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던데..."


카톡과 전화로 언니들의 한숨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린 '끝장 결론'을 내렸다

남동생과 올케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마음이 떠나서 안하는 것'이라고...





시누이와 남동생네의 '불편한 심리전'이 폭발된 이유!!

"난 참석안함!!"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

 

엄마는 한가지 바라는게 있다면, 남동생과 여행을 가고 싶어 하신다. 나이가 드시니 자꾸 정리를 하신다. 물건을 나눠주고, 갖다 버리시고, 그렇게 주변을 정리하신다. 엄마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기도 하고, 엄마가 그리워하는 외할머니가 다니시던 절이 있는 '엄마의 고향'에 모시고 가자고 했다. '3개월 전 톡방'에 논의도 하고 설 명절에 취지도 얘기를 했다. 남동생만 톡방에 답이 없어 따로 전화를 해서 참석 가능여부와 일정을 선택해 달라고 했다.


방에 남동생의 메시지가 툭 던져졌다 "난 참석안함!” “뭐? 못하는게 아니라 안한다고

내가 다시 문자를 남겼다. "안하는게 아니라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한다고 해야지"라고. 아무말이 없다. 


직장생활 30여년된 매형, 누나들 앞에서 3개월전 토요일 일정을 조정 못한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고, 못하는것도 아니고 안한다고 하는것도 이해가 안된다. 남동생의 작고 큰 행동이 엄마는 물론, 형부/언니들에게 실망이 되었다. 형부들은 '처남을 그렇게 안봤는데..."라고 할 뿐이다. 이젠 이해를 하기 싫다.


올케에게 바라는 것 없고 남동생에게 바라는 것도 없다. 안해도 되고, 해도 그만

다만 아들 하나 놓자고 일곱딸을 놓고 고생한 노모의 '눈물'을 남동생은 알까? 

'올케'가 미운게 아니라 '남동생'이 싫다. 바라는것 없이 '연락처를 삭제'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