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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Mar 05. 2024

올케이야기(2) '딸'보다 살가운 '며느리'여서 고마워

진짜 '시누이' 같은 말!!

바라는 것 없다. '둘이 잘 살고 엄마한테만 잘하면' 된다.


시월드에 있는 큰언니가 얘기했다.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 있냐!! 둘이 잘 살고 엄마한테만 잘하면 되지!!"라고. 여동생이 말하기를, "와!! 진짜 시누이 같은 말이다"라고 했다. 정말 그런가? '엄마한테 잘하란' 은 오지랖이고, 누구든지 상당히 부담되는 말일수 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답도 없는 어렵고 무거운 말일 수 있지만, 좋은 존중과 부탁의 말이었다.


'시월드'를 경험한 언니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우리는 참견하지 않을게, 너의 둘의 세상에서 잘 살수 있도록 해' 라는 의미였다. 다만, '엄마'한테는 잘해주었으면 하는 '부탁'이 포함되어 있었다. 언니들은 엄마에게도 당부했다. "엄마!! 엄마 뜻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둘이 하는대로 두어. 괜히 싸움나게 하지 말고!!"라고. 에휴...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바라는 것은 없다면서 '할 말'이 많아지는 이유!!

엄마는 그저 ''에게 얘기했을 뿐이고, 딸들은 '속앓이'가 시작되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엄마가 '속병'이 나셨다. 결혼식 전, 남동생 처가에 보내신다고 엄마가 잘 가시는 과일가게에 가서 좋은것으로, 비싼것으로 '과일바구니'를 부탁해서 보냈는데, 장사속인지 아님 9월 아직 늦여름 기운이 있어서인지 과일바구니에 '상한 과일'이 있었던것 같다. 


결혼식 날, 장인어른 되시는 분이 '큰언니, 큰형부'에게 상한 과일을 보냈다고 한마디 했고, '고의'가 아니었는데 굳이 결혼식 날 사돈에게 얘기하는 부분이 많이 언짢았던 언니네가 엄마에게 그 얘기를 하고야 말았다. 엄마는 과일가게에도 화가 났고, 사돈에게도 미안하고 이리저리 화나는 맘에 속상해하셨다. 딸들, 시누이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참내, 그걸 굳이 결혼식날에 얘기해야해? 고의로 누가 그렇게 했겠냐고, 이해좀 하고 넘어가거나 나중에 차근히 그런일이 있었다고 얘기해도 될것을. 그리고 엄마는 왜 백화점에 안가고 동네 가게에 가시냐구!!"라며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그렇게 올케는 '시월드' 세상에 발을 디뎠다.


결혼하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아서 사건(?)은 발생되었다. 우리는 엄마에게 매달 '생활비'를 드린다. 8남매를 키우느라 아등바등 살아오신 엄마에게 '노후준비'가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빴고, 돈 달라고 손 내미는 자녀들밖에 없는데 적금이고, 연금이고 노후준비란 있을 수 없었다. 남동생이 결혼할 때 엄마 나이 '일흔'이 넘으셨다. 몸고생도 많으셨고, 여러번의 수술도 하셨기에 우리는 각자 돈을 내어 '생활비'를 드렸다. 넉넉하지도 않지만, 자식들이 힘들게 번 돈을 받아서 쓰시는것도 편하지는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노인 일자리'를 구해서 나가시기도 하고, 이내 몸살이 나서 앓아 누우시곤 했다.


남동생은 결혼 전에 올케에게 집안 환경을 얘기했다. 본가에 생활비를 드려야 한다고. 결혼한 누나들도, 전업주부인 누나들도 모두 오랫동안 해왔고, 아직도 하고 있다고. 올케는 내키지 않았겠지만, 어쩔수 없이 받아드렸으리라. 문제는, 8남매 모두가 생활비를 내지 않았다. 한참 자녀가 자랄 나이를 둔 언니 2명이 생활비 부담에서 빠지고 있었다. 생활비를 내는 통장은 '남동생'이 관리하고 있었고 올케가 보고서 '평등 부담'을 요구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얘기했다. 올케가 엄마에게 얘기를 하고, 남동생이 보내는 생활비 금액이 적어졌다. 누나이면서, 시누이인 우리가 나중에 들은 말은, 


"어머님!! 생활비는 8남매가 똑같이 내는게 맞는거 같아요!!"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올케가 틀렸다는게 아니라 '아쉬웠다'. 첫째는, 남동생보다 더 오랫동안 한 누나들과 형부들이 있는데, '평등 부담'을 요구해야 했을까? 출가한 딸들도, 전업주부인 딸 그러니까 사위들도 다 하는 우리 집안의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한걸로 치면 남동생보다 언니들이 십여년을 더 오래 했는데, 3개월이 안되어서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둘째는,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엄마와 시누이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부담을 배분하고자 하는 '마음 공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것 없이 올케가 엄마에게 말하고, '금액을 줄여'버린것에는 '할 말'이 많았다. 혹시나 형제 사이에 의가 상할까, 시누이가 일을 크게 만들까 노심초사 하시던 엄마는


"잠자코 아무말 하지 말고 있어라!!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였다. 


이건 하나의 시작일 뿐!!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인가? '처음'이란 것에 뭘 그리 '기대'를 하는지, 아들 결혼 후 엄마의 첫 생신, 첫 명절, 첫 어버이날, 첫 아버지 제사!! 기대와는 많이 달랐고, 시누이는 '아쉬움'과 '할 말'이 자꾸만 많아졌다. 그렇지만, '시월드' 세상에 있는 언니들은 얘기했다. "우리랑 달라. 요즘 세상에 이런걸 챙기는것도 고마워해야 해!!"라고. 




'딸'들이 안해주는걸 '며느리'는 해주었다

''보다 살가운 '며느리'가 되어줘서 '고마워'


엄마가 많이 편찮으셨다. 모두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아, 올케가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했다. 올케는 남동생 없이 혼자 시댁을 방문했다. 결혼한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시어머니와 같이 있는 공간이 편하지는 않았을것이다. 몇일 뒤 엄마의 목소리는 밝으셨다 


"글쎄, 내가 어디를 가도 팔짱을 끼고 부축해주고,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안까지 따라와주더라. 차를 타고 갈때 방지턱이 나오면 내가 놀랠까봐, 어머니 방지턱이예요. 놀라지 마세요!! 조심히 갈께요!! 라고 하고, 집에 가서는 발톱도 깍아주더라, 세상에!! 딸들도 그렇지 않은데 며느리가 어찌 그리도 살갑게 잘하는" 엄마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무뚝뚝한 일곱 딸'  아들은 더 '재미없는 놈'!!

우리 남매는 모두 B형이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차가움'이 묻어나고, 무뚝뚝한 편이다. 넷째 형부가 얘기했다고 한다 '처형,처제들은 두번 다시 안볼것 처럼 얘기해"라고. 돌려 말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애교스럽지는 않다는 얘기다. 핑계를 내세우자면, 서로 사는것도 바빴고, 살갑고 부드럽게 애틋하게 챙겨주는 가족 환경은 아니었다.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오신 부모님에게 "오셨어요"가 전부이다. 팔짱을 끼거나 애교있는 말을 건네지는 않는다. 엄마는 가끔 살가운 대화가 필요하실 때면 말씀하신다. "으이구, 무뚝뚝하기는!!", "으이구, 재미없기는!!" 라고. 그런데, 며느리가 이렇게 살가우니 얼마나 기쁘셨을까? 엄마는 얘기하신다. 


"딸 보다 더 살가운 며느리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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