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도, 여행 스타일도 서로 다른 세 모녀가 여행을 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주어진 한 달의 황금 같은 휴가!! 미주대륙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고, 템플스테이 가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도 싶었지만, 미국 버지니아에서 살고 있는 동생도 보고 더 나이 들기 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시고 싶으시다는 엄마와의 동행으로, 77세의 엄마, 동생 그리고 나 세 모녀의 어쩌다 여행이 시작되었다.
멋진 조합인 듯 보이지만 개성 강한 세 모녀
나는 8남매 중 하나이다. 좀 더 상세하게는 1남 7녀이다. 엄마는, 외동딸로 태어나 8남매의 엄마가 되었고, 77세의 연세에도 소녀의 감성을 갖고 있으시다. 집안 곳곳을 화분들로 채우고, 어쩌다 꽃이 피어나면 꽃과 대화를 하며 세상 좋아하신다. 젊은 우리보다 더 바쁜 일정으로 여행과, 문화생활도 하시며 친구분들과 딸들과의 대화를 좋아하신다. 반면, 나는 8남매 중 가장 뻣뻣하고 애교 없으며, 엄마의 얘기를 들어주기보다 이렇게 하지 마라, 저렇게 하지 마라 듣기 싫은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그래서 엄마는 나를 재미없어하신다. 동생은? 8남매 중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 경제적으로 가장 먼저 독립했다. 엄마와 소소한 일상을 보낸 시간이 짧기도 하고,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무척이나 대견한 딸이지만 매일매일 가까이에 있으면서 보고, 챙겨주는 다른 딸들에 비해 아쉬움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여행의 스타일도 서로 다른 세 모녀
엄마는 마음과는 달리 연세가 있으셔서 여행하기가 쉽지 않으시다. 리조트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딱이다. 언제나 공부와 일에 지친 동생은, 무조건 '쉼'의 여행 스타일을 추구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그야말로 쉼이다. 반면 나는, '쉼' 보다는 무조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본전 뽑기의 힘든 여행 스타일을 추구한다. 유명하다고 하는 건 다 보아야 하고, 맛집이라는데 꼭 들러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해 빠듯한 일정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성격도, 여행 스타일도 서로 다른 세 모녀가 여행을 하기로 했다
버지니아를 기준점으로 멕시코 칸쿤(Cancun)과 뉴욕 그리고 워싱턴 DC까지
동생이 버지니아에 살고 있어서 편하게 숙소 해결을 하고, 동생 집을 기준으로 따뜻한 휴양지의 멕시코 칸쿤, 미동부 뉴욕과 워싱턴 DC 3곳으로 여행 계획을 확정했다. 엄마를 위한 멕시코 칸쿤 휴양지 휴식과 나를 위한 뉴욕 투어 일정이 핵심이다. 혹시나 여독으로 피로가 누적될까봐 휴식일을 중간중간에 잊지 않고 확보했다. 엄마가 가고 싶어 했던 나이아가라 폭포는 12월의 나이아가라는 현지인도 피한다고 캐나다 지인의 조언으로 이번 일정에서는 제외했다.엄마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확정된 일정은 버지니아(2일)→멕시코 칸쿤(4박5일)→다시 버지니아에서 휴식→ 뉴욕 투어(4박5일)→ 버지니아 휴식→ 귀국으로 계획되었다.
예정보다 당겨진 귀국, 우여곡절 많았지만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
엄마가 무릎 통증은 있으셨지만 일상생활은 물론, 산책과 문화센터 운동까지 잘하셨는데 출국하기 이틀 전에 갑자기 왼쪽 무릎의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당장 여행 일정을 취소할 수 없어,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아파하시는 엄마를 바라보며,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는 하루하루였다. 몸이 아프시니 한국에 가시고 싶다가도, 때로는 언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지 아쉽기도 하고, 우리들한테 미안한 마음에 남은 여행을 마저 하시려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으셨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던가? 초반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세 모녀가 함께 움직이는 것에 작고, 소소하게 서로의 예민함을 건드린 듯하다가 다행히 엄마 중심으로 맞추다 보니 그것도 약해진 듯하다. 그날그날의 엄마 건강 상태에 따라 쉬기도 하고, 조금씩 이동해보기도 했으나 결국 계획된 일정보다 조금 댕겨서 귀국하였다. 귀국한 지 며칠 후,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하루하루 엄마의 건강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힘들어했던 그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좋은 배경으로, 활짝 웃으며, 맛난 것도 먹고, '참 좋다, 너무 좋다'의 순간순간이 떠오른다. 왜 지나고 나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사진보다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을 추억이 있으니 마음으로는 충분하다. 조금 더 인내하고, 조금 더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세 모녀의 여행은 좋았고 아름다웠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와 동생
오후 해변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엄마와 동생
몸이 아프다고 여행을 하지 말고 편안히 집에 계시는 것보다, 아픈 것을 견디면서 두 딸과 여행을 시작한 엄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나 또한 나이 들어가고, 내가 의도하지 않는 몸의 불편함이 생겨날 것이다. 우리 다 똑같이 나이 들어 가는거니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필요가 없음을 엄마를 통해 느꼈다 그리고 지금 주어진 건강함과 오늘의 시간에 더 감사해하고 행복해지자라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