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감사일지
#대설처럼큰가르침 #등불처럼큰지혜 #내뒤누군가를위해_조심히걷기로했다
새해 첫 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새해 첫날
대설大雪에 하늘도 땅도 세상이 하얗다
눈 속 깊숙이 내딛는 한 발 한 발
어린아이 걸음마처럼 아장아장 힘겹다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야 사찰 입구
눈 쌓인 그 길 오를 생각에 걱정만 앞선다
스님보다 더 큰 송풍기 등에 멘 스님
오는 이 가는 이 넘어질까 눈을 치운다
눈 덮힌 고요한 겨울 사찰
도량에 한 줄 길을 내어준다
앞장서 걸었을 그 길 위에 난 발걸음
스님 발자국 위에 내 발을 포개어 걷는다
스님이 만든 길은 내가 걷는 길이고
스님의 만든 마음은 내가 얻은 마음이다
새해 첫날 대설처럼 큰 가르침 얻어
새해 아침 등불처럼 큰 지혜 얻는다
사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몇 발 앞두고 버스를 놓쳤습니다. 바닥이 미끄러워서 종종걸음으로는 정차한 버스를 잡아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또 20분은 족히 걸릴 겁니다.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눈이 많이 와서 소복이 쌓인 눈 속에 제 발이 빠졌습니다. 갯벌에 빠진 발을 꺼내듯 힘겹게 다시 발을 꺼냈습니다.
다시 빠지지 않도록, 신발이 젖지 않도록, 앞서갔던 발자국을 따라 걸었습니다. 별거 아니었을 앞사람의 발걸음이 오늘은 내 등불이고 내가 나아갈 길이고 나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그가 조심조심 걸었을 그 발자국에 내 발을 포개어 나 또한 조심히 걷습니다. 내 뒤에서 길을 잃었을 누군가를 위해, 나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아파트 불빛이 보이고 내가 돌아다 집이 보입니다. 아침에는 앞선 길을 내어 준 스님 덕분에, 저녁에는 앞서 걸었던 누군가의 발자국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내가 가려던 길을 걸었습니다.
#감동하고감사한날_감감일지 #감동하고감사하기로했다 #시를쓰려고
빨리 가도 늦게 가도, 천천히 가도 서둘러 가도, 마음을 채워도 비워도, 결국 도달하는 것은 매한가지요, 얻는 것도 매한가지네요. 조금 일찍 다다르고, 조금 더 가지게 되는 것인데, 뭐 하러 억척을 떨었나 싶기도 합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느리지만 주춤거리지 않고 가면 되는 것을 말입니다.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episode 「동행 1, 보리도량 菩提道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