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톤 영양제는 살 빼주는 마법의 묘약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로우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외인성 케톤, 영어로는 Exogenous Ketones라고 하는 영양보충제가 인기를 얻으며 판매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양제를 먹으면 아래와 같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제품을 구입하죠.
치팅을 한 다음날 먹으면 바로 케토시스로 돌입할 수 있다.
몸이 케톤에 적응하여 지방을 더 잘태우는 상태가 된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집중력과 활력이 올라간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정말일까요? 오늘은 외인성 케톤의 유래와 상품들에 대해 알아보고, 해당 영양제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외인성 케톤이 무슨 말일까요? 외인성 케톤(Exogenous Ketones)의 뜻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ogenous = Exo (Outside, 밖) + gen (Generate, 발생) + ous (형용사형 접미사)
외인성 = 外(바깥 외) + 因(인할 인) + 性(성격 성)
즉, 우리 몸이 지방을 태워서 만들어 내는 케톤이 아닌 외부에서 기인한 케톤이라는 뜻이죠. 실제로 이 외인성 케톤은 특수한 목적으로 혈중의 케톤(Beta-Hydroxybutyrate)를 높이기 위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케톤입니다. 반대말은 내인성(內因性) 케톤 또는 Endogenous Ketones라고 합니다.
외인성 케톤은 Dominic D'agostino 박사가 뇌전증 환자나 암환자, 간질환자 등을 관찰하며 든 아래와 같은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뇌가 포도당을 사용하지 못하는 간질환자에게 케톤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아닐까?"
"암의 에너지원이 포도당이니까, 케톤을 통해 증상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원래는 고혈압과 전립선 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되었다가 다른 용도로 대중의 인기를 끈 것 아시나요? 이것과 마찬가지로, 외인성 케톤도 원래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가, 미국의 키토제닉 다이어트 열풍에 힘입어 일종의 '케톤 영양제'로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가 더 열려있는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외인성 케톤에는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케톤 에스터 또는 에스테르 형태, 케톤 솔트 형태, 그리고 MCT오일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앞선 케톤 에스터와 케톤 솔트만 외인성 케톤이라고 불려야 하지만, MCT오일도 섭취시 간에서 바로 케톤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일종의 외인성 케톤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맨 처음 개발된 것은 케톤 에스터 형태였습니다. 이것은 케톤을 액상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두 가지 단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맛이 아주 고약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 연구를 하는 Peter Attia 박사의 표현은 아래와 같았죠.
세상에서 가장 맛이 없는 스카치 위스키(The world’s worst scotch tastes) 또는 비행기 연료(Jet Fuel)를 마시는 것 같았고, 아마 나는 곧 눈이 멀거라고 생각했어요(I thought I was going to go blind).
- Peter Attia, https://peterattiamd.com/experience-exogenous-ketones-2/
또 다른 단점은 케톤 자체가 약간의 이뇨성의 성격이 있어서 몸 속 전해질(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의 불균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맛도 개선하고, 전해질도 보충해주면서, 우리 몸에 흡수력도 개선해주는 케톤 솔트 형태가 개발되게 됩니다. 우리가 케톤 영양제의 뒷면 상세정보, Supplement Facts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칼슘 / 마그네슘 / 나트륨(소듐) / 칼륨이 얼마나 들어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왼쪽의 사진을 보시면 여러가지 미네랄들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케톤 영양제는 적정 섭취량을 8-12g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케톤 영양제에 관련된 실험에서, 대략 12gram의 외인성 케톤을 섭취한 피실험자의 혈중 Beta-Hydroxybutyrate 수준이 약 300%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1) 그래서 사진을 보시다시피, 권장 서빙 사이즈가 비슷한 수준인 약 13g 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기사에 따르면, 케톤 에스터 음료를 마신 피 실험자 군에서 약 1.5시간 동안 식욕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들의 실험에 따르면 외인성 케톤 에스터 음료를 마신 피실험자 군에서 식후 인슐린 수치, 그렐린 수치(식욕호르몬)를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렐린 호르몬은 『MBC 지방의 누명』에 나온 바와 같이 '식욕을 담당 호르몬'입니다. 포만감을 담당하는 '렙틴'호르몬의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죠. 케톤 영양제는 혈중 그렐릴 호르몬의 농도를 떨어뜨리면서 식욕을 일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혈중 농도가 늘어날수록 식욕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GLP-1(Glucagon Like Peptide-1)과 PYY(Peptide tyrosine-tyrosine) 수치도 동시에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해당 연구를 진행한 전문가들은 단기간의 그렐린 호르몬 저하로 식욕 저하가 나타났으나, 몸이 케톤 영양제에 적응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GLP-1과 PYY의 영향도 나타날 수 있어서 장기적인 식욕 저하에는 효과가 없을 수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2)
식욕을 떨어뜨리고 칼로리를 제한하여 살을 빼는 것이 아닌 키토제닉 다이어트에서는 주목하면 안되는 효과이기는 합니다. 당부드리지만, 키토제닉 다이어트에서는 식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에너지가 충만하여 자연스러운 포만감으로 식욕이 줄어드는 것이 좋습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에서 케토시스의 목적은 체지방을 분해해서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쌓여있던 체지방은 줄어들고, 케톤이라는 영양소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만약에 우리가 케톤에너지원이 충분히 존재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네,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체지방 분해 속도를 낮춥니다. 연구결과에서도 이러한 점이 충분히 증명이 되었습니다. 미국국립보건원 보고서에 따르면, 케톤 영양제의 섭취가 혈중 BHB 농도를 높여서 케톤의 추가적인 생성을 저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3)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혈액의 BHB 농도가 너무 높아지게 되면, 혈액이 너무 산성화되어서 몸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바로 케톤산증, Ketoacidosis이죠. 몸의 항상성 유지 방안의 일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몸 속 에너지원이 충분하다면, 굳이 몸이 추가적인 지방을 분해해서 케톤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생성할 이유는 없겠죠? (참고로 당연한 얘기지만 케톤 영양제도 칼로리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케토시스에 돌입하여 케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면 얻게 되는 다양한 이점들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집중력 증가, 산화스트레스 감소, 염증 감소와 같은 효과를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느낄 수가 있죠. 하지만 그 효과가 장기적인 것은 아닙니다. 해당 케톤체를 다 사용하게 되면, 우리 몸은 다시금 혈당과 인슐린의 상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하게 될 태니까요.
사실 외인성 케톤 영양제는 딱히 부작용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는 것의 부작용을 이야기하지 않듯이 말이죠.
<구조적인 부작용>
다만, 장기 단식으로 혈중 케톤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져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외인성 케톤을 추가 섭취하게 되면 혈액이 과도하게 산성화되어서 케톤산증을 겪을 위험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입에서 아세톤 냄새가 심해진다거나, 키토래쉬를 겪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래쉬가 심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반대로 케톤체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키토플루에는 일정부분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영양제 형태의 부작용>
또한 케톤 솔트 형태의 영양제를 과도하게 섭취한 실험군에 대해서 멀미와 설사, 위장 불편감 등의 부작용을 겪은 연구 사례도 있었습니다.(4) 음... 일반적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그렇지만 그런 사례가 있다 정도로 알고 넘어가시면 좋을것 같아요 :)
지금까지 케톤 영양제에 대한 연구들과 정보들을 바탕으로 정리를 좀 해보았습니다. 저는 일시적으로 강한 집중력 같은 케톤의 힘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소량 가지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치팅을 한 다음날 케토시스 진입을 위해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내 몸이 케토시스가 아닌데 억지로 케톤을 주입해봤자 낭비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높은 혈당과 케톤이 만나는 것 조차 자연스러울 것 같지 않구요.
사람들의 욕구와 수요라는 것이 꼭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독자분들께서 대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논문.
1. Influence of Exogenous β-Hydroxybutyrate on Walking Economy and Rating of Perceived Exertion.
2. A Ketone Ester Drink Lowers Human Ghrelin and Appet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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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트는 LCHF(Low-Carb High-Fat 또는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가이드로써, 의학/영양학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키토제닉 다이어트 정보와 최신 뉴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LCHF 다이어트를 시도하실 때는, 본인의 건강상의 특성에 따라 주의를 요합니다. 보다 안전한 시도를 위해 주치의의 상담이나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