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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9. 2019

1인분 어치의 삶 / 에라이

1인분이 되어가는 중이다.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정해진 한 사람 분량의 양. 그 1인분에 배부르지 않아 몇 인분은 더 시켜 먹던 시절에서 이제는 조금씩 정해진 1인분에 맞추려 노력하는 중이다. 먹는 일만이 아니라 회사 일에서도, 그 밖의 일에서도.


예전보다 위가 줄었는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불러온다. 예전 습관대로 먹어서 내 용량을 초과하는 일이 잦지만 조금 자제하자는 생각으로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있다. 주변의 사람들보다 많이 먹어도, 내 덩치 만큼의 1인분, 그 양을 맞추는 것이다. 대중의 1인분은 아직 나한테는 적지만 그래도 1인분이 되어가는 중이다.


먹는 일만이 아니다. 전이었으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내 몫의 일을 끝내고도 더 많은 분량의 일을 처리했겠지만 요즘은 딱 내 몫의 일, 그만큼이 아니면 더 나아가 할 생각이 없다. 딱 1인분 어치의 삶을 살고자 함이다. 더 나아가봤자, 더 많이 쌓아둬봤자 지금은 이렇다하게 그 이상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한다. 허니 먹어도 그리 크게 배부르지 않은 듯한 느낌의 고깃집 1인분마냥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회사를 위해 내 목숨 다 받쳐 일하겠습니다! 적인 마인드는 내 안에 없으며, 회사를 출근하면 곧장 퇴근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래도 1인분 어치의 회사원 노릇을 해야하기에 8시간은 회사에서 자리를 지킨다.


가령 150g에 삼겹살 1인분을 파는 삼겹살집이 있다고 치자. 그 중량을 매번 확인하기 어려우니 어느 삼겹살집은 그것보다 적은 양의 1인분을 내오기도 한다. 그것처럼 종종 출근 시간인 9시보다 5분 늦게 회사에 들어온다. 그래도 그 모든게 1인분이라 주니 우린 1인분이겠거니 여긴다. 마찬가지로 나도 대략적으로 그만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심 좋게 넉넉하게 1인분을 넘겨서 주기보다는 조금 야박하게 1인분을 맞추는. 1인분이 되어가는 중이다.


by. 에라이 / 7월 3주차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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