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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Nov 09. 2019

사람을 살리는 맛 / 제곱

스리슬쩍, 매화와 산수유가 피는 계절이 다가왔다. 바람은 꽃을 시샘하느라 겨울의 기운을 듬뿍 받아 마지막 발악을 한다. 이 즈음이면 온갖 봄나물이 땅의 기운을 듬뿍 받아서 올라온다. 냉이, 달래, 쑥, 민들레, 봄동...어느 하나 빠짐없이 겨울철 내내 삭막해진 입맛을 돋우어 주는 소중한 나물들이다. 된장에 쓱쓱 버무려서 참기름 살짝, 깨소금 살짝 쳐서 간단하게 밥상에 올려놓아도 온 집안에 봄이 퍼져 나간다. 봄이 왔음을 느끼는 것은 비단 벚꽃이 피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뿐만 아니라 봄나물을 먹었을 때의 쌉싸름한 맛을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겨우내 죽어 있던 입맛을 살려주는 봄의 전령들은 분명 사람을 살려주는 소중한 존재들일 것이다. 


모든 봄나물들을 사랑해 마지 않지만 그중 최고는 두릅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따라 드릅, 드룹으로 불리는 두릅은 두릅나무의 새순을 말한다. 오직 3월 초중반에만 나오는 두릅새순은 3월 말만 되도 너무 순이 피어서 억세진다. 그러면 순에 가시가 돋아 삶아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지금 이 무렵이 1년 중 두릅을 맛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다. 두릅은 특유의 향이 있다. 봄미나리와 비슷하지만 비린내가 나지 않고 흙향, 나무향에 가깝다. 끓는 물에 잠깐 데쳐서 아직 피지 않은 잔가시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먹으면 온 몸으로 봄을 받아들이는 기분이 든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전으로도 부쳐먹는데, 기름과 함께 지져내면 두릅의 고유한 향이 한층 더 피어난다. 두릅전을 할 때 주의할 것은 두릅을 세로로 저며내야 한다는 것이다. 원통형의 모양을 가졌기에 밀가루물에 담가 그대로 구워내면 속까지 익지 않는다. 튀김으로 할 때는 상관없다. 대신 두릅튀김을 할 때는 밀가루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안 된다. 밀가루의 풋내와 두릅의 풋내가 합쳐져서 먹기 힘든 상태가 된다. 


물론 두릅은 흔한 봄나물은 아니기에 가격이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쑥, 달래, 냉이의 경우 하우스에서 양식을 하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덜한 편이다. 시기도 잘 타지 않아 늦봄까지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하우스에서 키워낸 아이들과 노지에서 자란 아이들은 먹자마자 차이가 느껴진다. 쌉싸름한 맛은 당연하고 우선 흙향에서 차이가 있다. 언 땅에서 겨울 바람을 견뎌내며 피워낸 쑥, 달래, 냉이는 가까이에서 향만 맡아도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게 바로 노지에서 자란 봄나물이구나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의 중요 행사 중에 봄나물 캐기가 있다. 공주시에 위치한 우리 가족만의 스팟에 가면 온갖 봄나물들이 즐비하다. 슬슬 봄나물 캐기용 칼과 봉투를 챙겨야겠다. 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by. 제곱 / 2019년 3월 4주차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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