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건 무서운 거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말이다. 내가 몰랐는데 이미 내 몸이 그걸 하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반쯤 눈을 감은 채로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을 부여잡을 때가 그렇다. 별 생각 없이 자동으로 내 발과 손이 그런 행동을 하게끔 나를 이끈다. 신기할 노릇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혹은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면서 평소처럼 발걸음을 옮기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4-3 지하철 문 앞에 와있다.
습관이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습관은 다름 아닌 현재의 내 모습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수식어이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나는 지금의 습관으로 표현된다. 아침에 무엇을 하고, 특정 시간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뭘 먹어야 하고, 매일 몇 시간은 티비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그런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싫은 습관들이 생기기도 하며, 가끔은 그리운 습관이 생각나기도 한다. 과거 자랑스러웠거나 멋있었던 내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은 없지만 그 때는 가지고 있던 습관들이 그리워진다. 나에게는 ’게으름피우며 글쓰기’가 이에 해당한다.
한창 세계 여행을 다닐 때 나는 매우 게으르고 여유가 많은 사람이었다.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니 당연히 머릿속엔 많은 생각들이 기포처럼 솟아나고,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나에게 하루에도 수십 개나 되는 글감을 던져주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됐다. 한 자 한 자 시간을 담아 눌러가며 써내려간 글이 많았다. 완성된 글도 있고 짤막한 메모 식으로 남겨진 글도 있었다. 어쨌거나 많은 시간을 들여 쓴 글들이었고, 그 글을 모두 모아보면 ‘여행자로서의 나’가 완성된다. 게으른 글쓰기는 지금 나에게 너무나도 그리운 습관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으르게 글을 쓰던 게 나의 습관이던 때가 그립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낭만과 현실의 괴리감에 고통 받을 때가 많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던 내 모습을 항상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 때의 습관과 다르지 않다.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서 많이 멀어져있다. 잃어버린 습관들이 너무나도 많은 탓이겠다. 별 거 아니더라도 사진에 담는 습관,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해 하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습관,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다가가는 습관, 하늘을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바라보는 습관, 많이 웃는 습관, 모두 다 너무나도 그리운 습관들이다.
by. 승수 / 8월 3주차에 작성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