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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라는 종족

by 에라이세이

5년 동안 연재된 웹툰을 정주행하느라 손목이 맛이 갔다. 그 상태로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손목은 아려오고 눈알은 빠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이 휴대폰을 쳐다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이 짓을 안 하려면 휴대폰을 막든지 내 두 손을 꽁꽁 묶어야 한다. 그래서 그제 주말에는 카페에서 책을 펼쳐두고 두 손을 계속 주물럭 거렸다. 책장을 넘길 때만 손을 쓰게 함으로써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오디오북을 틀고서 최대한 멍때리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만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나마 지금 이 글은 음성 입력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는게 그나마의 위안이다.

안 되겠다. 얼른 자버려야지. 그게 사실 가장 최고 좋은 방식이다. 그런 와중에 연속으로 듣고 있는 오디오북들엔 모두 외계인이 등장한다. 외계인들은 지구인들이 휴대폰만 쳐다보고 손목이 아프고 눈도 아프고 거북목이 생기고 있는, 딱히 좋아 보이지도 않은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까? 그들에게도 우리는 참으로 특이한 종족일 것이다. 우리의 시야가 모두 이 작은 화면에 고정된 것이 일반적인거라 생각 할 수도 있을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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