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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26. 2018

사람이 좋은데, 사람이 무서워.

 원래도 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째 나는 점점 더 겁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동생들이, 아님 언니 오빠들이 “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래.”라고 놀려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난. 나는 아직 어리고 젊은데, 사람이 무섭다. 사람이 싫은 것도 아니고 여전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도 가득한데, 선뜻 나를 내어주기가 솔직히 정말 무섭다.

 누군갈 만나도, ‘저 사람이랑 더 친해져야지’라는 생각보단 ‘그냥저냥 문제만 안 생기게 잘하자’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상대방도 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진짜 그렇다해도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가볍게 만나서 즐거운 이야기만 나누다 헤어지는 관계이길 바라면서도, 그런 관계는 너무 가벼워서 금방 날아가버릴텐데 그럼 아예 처음부터 안 만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하는 모순적인 나.


 더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다는 어린 마음인 거지. “나도 너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게, 너도 더이상은 가까이 오지마. 우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라며 다 큰 척, 어른인 척하지만 사실은 그냥 겁이 많아진 거다. 현명해진 게 아니라 용기가 없어진 거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살짝 긁힌 상처도 잘 회복이 되지 않듯, 마음도 그런 걸까.


 내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언젠가 멀어지게 돼도 너무 아쉬워하지말고 그냥 보내주면 되는 게 인간관계라고 하던데, 아마 다들 이게 어려워서 가끔은 끙끙 앓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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