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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pr 11. 2024

‘나’라는 사람의 취향

with 봄바람

2024. 4. 11 목



나는 식물과 공간을 좋아한다.

그중 수양벚나무를 좋아한다. 시작은 아마 20대, 수목학 시간에 식물원에 갔다가 만난 나무였다. 봄이 되면 난 수양벚나무가 떠오른다.

어젯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수양벚나무가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사는 곳에서 1시간 거리가 아닌가. 다음 주부터는 바쁠 예정이다. 여유로움은 오늘이 끝.


그렇다면 떠나야지.

올해는 반나절 틈이 나면 스몰여행을 다니려고 하고 있다. 내 마음을 돌보기 위한 여러 가지 중 하나이다.

(아주 가끔 남편은 그 마음 좀 그만 돌보라고 하긴 하지만)


경주 보문정

직접 가서 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장도 바로 옆이다.

가끔 와도 되겠다. 언제든 만나고 싶을 때면.

예전에는 식물과 공간만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사람도 좋다.

대신 안전한 친밀한 관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부끄러워지지 않는 관계를 말한다.


아주아주 친한 사람들은 내가 어떤 모양인지 알기에, 이런 질문을 잘하지 않는데.

조금 거리가 있거나, 어중간한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00씨가 낯가려요?”

“네, 엄청.”


나와 만났는데, 내가 낯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건 나 혼자 상대에 대한 내적친밀감을 많이 쌓은 상태에서 만났거나, 좋아하는 분야가 비슷해서 말하고 싶은 게 많아서 낯을 가릴 시간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 또 한 가지. 연이 오래갈 거 같지 않은 사람들. (다시 만날 거 같지 않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낯을 가린다. 그것도 많이.

지금 보니까 불안도가 높은 상태인 나는 그랬다. 긴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어깨 뭉침이 많이 편이었다. 나이 들어서 나를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부터 나아지고 있고, 필라테스를 하면서는 더 많이 나아졌다.


‘실수를 한들, 부족해 보인 들 어떠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습관처럼 남아있는 몸의 긴장은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이건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분명 좋았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안 좋은 건 더 빨리 잊어버린다. 그건 기억도 잘 안된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억울하고 힘들었던 기억은 내  안에 뱅뱅 도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안다. 그렇게 하는 건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죽이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말이다. 지금은 안 좋은 건 빛의 속도로 잊어버린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잊어버린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 지금 이 순간을 남겨두고 싶은 ‘욕심’이다. (사진첩 정리를 해야 하는데;; 깔끔한 사람들이 부럽다.)


예전에는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욕심’으로 느껴진다. 너무 많은 기록도 부담이다. 어떻게 정리해 둘까 고민해 봐야겠다. 하루 몇 장만 남기고 지워야겠다. 이제 내 사진기인 아이폰이 힘들어할 지경이 이르렀다. 주 촬영기기를 디지털카메라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에 내 폰들은 용량 때문에 힘들어한다. 남편이 마음껏 사진 찍어라고 용량이 넉넉한 기기로 바꾸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한 지 2년이 다되어가기도 하거니와 내가 많이 찍는다. 너무 많다.


바꾸어 말하면, 내 눈앞에 반짝이는 장면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다. 예쁜데 안 찍고 지나갈 수 있나.

자연이 이렇게 예쁜데.

봄바람이 불면, 내 스마트폰도 바빠진다. 촬영하고 담아내느라 말이다. 이렇듯 예쁘다.




오늘 촬영한 봄꽃들
일 반복은 싫어하지만, 생활 반복은 좋아한다.


일과 관련해서는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패턴의 일을 하는 걸 힘들어한다. 역마살(?)도 있어서 한 곳에 있는 것보다 다니면서 일하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일상은 패턴을 좋아한다. 눈뜨면 강가에 산책 가고,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는 등등 일상은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 이러한 부분을 스스로 알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심지어 쇼핑도 패턴화 되어 있다. 쇼핑몰에서 선호하는 매장만 가기에, 효율적으로 빨리 끝난다. 나의 취향을 몰랐을 20대, 30대 쇼핑은 힘들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에 대해서 잘 알게 되는 부분이 있으니, 편안한 영역도 넓혀지고 있다. 패턴화 된 영역에서는 안정감을 느낀다.


또 뭐가 있을까.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은근 에너지가 들지만, 재미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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