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노벨문학상 수상식
한강 작가님의 모든 것을 사랑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여성이 자연스럽게 나이 든 모습을 어떤 꾸밈도 없이 고스란히 보여준 부분이다.
다른 남성 수상자들과처럼 하얗게 센 머리를 늘어뜨리고 주름이 잘잘하게 잡힌 눈으로 한껏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 모든 모습이 자연스럽고 진실돼 보였다. 삶에서 문학이 가장 중요한 사람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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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이 예쁘게 보이기 위한 어떤 꾸밈이나 치장 없이 1세계 상류층 백인 남성들 사이에 서 있는 모습도, 또 이 작고 소박한 여성을 향해 백인 선구자들이 전부 기립하여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모습도,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풍경이다.
유색 인종들은 백인들 앞에 설 때면 언제나 과도한 치장과 지나치게 밝은 표정으로 자신이 인종적으로 동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애쓰곤 했다. 그럴수록 백인들은 더욱 시혜자의 위치에 오를 뿐이었다.
아시아, 중년, 여성이 꾸미지 않았더니 모두가 그의 얼굴이 아닌 말에 집중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권위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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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시상식과 관련해 한강의 외모를 언급하는 언론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가 한국의 여류 작가의 미모에 반했다느니 식의 저급하고 불필요한 말들을 늘어놓은 글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가 시상식에서 한 말에만 주목할 뿐이다.
그게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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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출신에, 홀로 아이를 키우는, 왜소하고 나이 든 여성 작가로서 한강의 모습 어디에서도 열등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태생적으로 우월한 인간인 것이다.
그 우월함의 근원은, 그가 평생 갈고 닦아온 아름다운 언어와, 마지막까지 놓지 않을 인간성에 대한 희망에 있을 것이다.
작가님이 내딛는 걸음마다 어떤 의미가 만들어지는지 모르시지요. 윤석열은 제가 몰아낼 테니, 작가님은 부디 오래 오래 써주시기를요.
극진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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