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에세이] 강성 시위자 탄생 과정
조금 늦게 도착했더니 국회 안으로 출입이 안 된다고 하여 입구에 비스듬히 서 있는 아저씨 뒤로 가서 나도 비스듬하게 서 있었다.
오는 길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쥐어 준 탄핵 피켓과 탄핵 커피를 손에 든 채로.
그리곤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핸드폰 뉴스를 검색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비스듬히 서 있던 아저씨는 온데간데없고 내 앞엔 경찰만 4열 종대로 서 있었다.
본의 아니게 나는 경찰 병력과 홀로 대치를 벌이는 강성 시위자가 돼 있었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그림이었다. 나는 언제나 7열쯤에서 퇴로를 확보한 채 서 있고 싶었다. 나홀로 1열은 아니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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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도망치려는데 우측에 나보다 먼저 와서 꼿꼿하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런 사람이 강성이지, 난 아니라고!
그러나 백날 말해봤자 나는 이미 빼도 박도 못하게 강성이 돼 있었다. 어디선가 진짜 강성 아저씨가 나타나서는 큰 소리로 나를 격려해주고 갔고, 국회를 찾은 한 어머니는 내 시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비켜서라고 했다.
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에, 그리고 그런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선두에 선 사람이 그런 사람임을 받아들 수밖에 없기에, 나는 경찰과 대치하는 그림을 그리며 한 시간 반 정도 나홀로 시위를 더 이어갔다. (다행히 경찰들은 얼마 안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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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분명 나 같은 인간이 있었을 것이다. 전혀 그럴 생각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선두에 서 있고, 그러다 보니 제일 먼저 죽은 사람.
그 사람도 죽을 때 외쳤겠지.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요!
*
한 시간 반이 지나자 추위로 손이 곱기 시작했다.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냉큼 철수했다.
철수하면서 우측에서 시위하던 청년에게 가져온 초콜릿들을 쥐여줬다. 나이 드니깐 자꾸 사람들한테 먹을 걸 챙겨주고 싶어진다.
청년은 무척 고마워하며 내게 정말 고생하셨다고 했다. 고생은 무슨, 한 시간 반짜리한테. 부끄럽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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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는 중이다.
노래로, 춤으로, 호랑이 가죽으로.
반드시 끌어내려 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토요일 시위에 꼭 힘을 보태주십쇼!!
윤석열은 탄핵하고 내란의 힘은 해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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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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