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타워, 홍주, 해남공룡박물
20250527 해남 23일 차
#1.
어제는 울돌목에서 해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보다가 늦게 귀가하여 일지를 쓰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울돌목 낙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진도대교 위다.
진도대교는 두 개의 교량으로 돼 있는데, 트윈브릿지라는 카페에서 올라가야 시야에 가려지는 것 없이 낙조를 볼 수 있다.
진도대교는 인도도 잘 돼 있고, 안전바도 튼튼하게 설치돼 있는데, 현대인들은 워낙 걷는 걸 싫어하므로 일단 오르기만 하면 우주 최고의 명당에서 홀로 바다를 굽어볼 수 있다.
#2.
진도대교만 건너면 바로 진도 땅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건너면 진도타워까지 쭉 보고 내려올 수 있다.
진도타워에서 진도 특산품을 팔길래 홍주를 한 병 샀다. 나는 오계를 지키는 불자이므로 술은 안 마신다. 그러나 이건 술이 아니라 진도의 혼이므로 마셨다.
위장으로 진도의 혼이 들어가니 아스팔트 불길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고, 진도대교에서의 낙조도 색다른 감성으로 볼 수 있었다.
혼이 남다르다. 이래서 진도에 명창이 많고 예술가가 많은가보다.
#3.
식사는 숭어로 시작해 숭어로 끝을 냈다. 사장님이 울돌목에서 매일 50마리씩 뜰채로 숭어를 낚는데 그중 두 마리를 내가 먹어치웠다.
전은 살살 녹았고, 회는 정말 고소하고 단단했다.
다시 말하지만, 회덮밥을 먹을 때 무조건 회를 먼저 건져 먹은 후에 밥을 비벼야 한다. 맛의 디테일을 좌우하는 것은 온도다.
#4.
명량대첩비도 보고 이순신 장군님 영정에 향도 올리면서 이번 선거 때 왜구의 후손들을 작살내 달라고 빌었다.
참, 우수영에 가면 ‘우수영 관광지’라는 박물관도 꼭 관람해야 한다(무료).
칼레 해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영국녀석들, 197척의 배로 150척 넘는 스페인 함대 물리쳤다고 아직까지 자랑하는데, 우리 장군님은 13척으로 133척을 물리치셨단 말이지.
참고로 유신 정권 때 장군님 소리 듣던 것들은 다 가짜다. 지금 저승에서 이순신 장군님한테 영원의 죽창을 맞고 있다고 한다.
**
가계부 23일 차
숙소 50,000
숭어전 15,000
숭어회덮밥 13,000
백향과에이드, 고구마라떼 12,000
케이블카 15,000
홍주 5,000
***
운동 23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108번
스쿼트 50회
걷기 21,000보
20250527 해남 23일 차
#1.
해남 공룡박물관에 다녀왔다. 전라도의 애기들이 이곳에 다 모여있었다.
사파리 공원처럼 지어져 규모가 굉장히 컸고, 학술적으로도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익룡, 공룡, 물갈퀴새발자국 화석이 한 지역에서 발견된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중 가장 큰놈의 학명을 이곳의 지명을 따 지었다. 이름하여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
농담이 아니다. 세계 학회에 보고된 어떤 익룡의 이름은 진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인 것이다.
*
그 발자국을 발굴한 땅을 그대로 떠서 전시해 놨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별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고작 5백 년된 느티나무 연리목도 그토록 감명깊게 봤는데, 왜 88백만년 전 화석에는 별 감흥이 일지 않을까.
죽은 것이라 그렇다. 죽은 놈의 발자국을 왜 보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기 때문이다. 이래서 살아 있는 게 중요하다.
*
내일은 해남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은 천 년된 나무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두륜산 대흥사 밑으로 와 있다. 그나저나 천년 된 나무라니. 역시 살아 있는 게 의미를 갖는다.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삽시다.
#2.
박물관에 가기 전에 마을 입구에서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공룡 보러 간다니까 사장님이, “그럼 선물을 줘야재”하면서 공룡 에코백을 선물로 주셨다. 맙소사! 국밥 값이 만 원인데 백을 주시다니!
안 그래도 국물이 보통 국물이 아니라 소개하려고 사진을 찍어뒀는데, 은혜 갚는 까치의 마음으로 더 정성스럽게 소개한다.
“소문난소머리곰탕” 집이다. 박물관 내의 식당이 변변찮으므로 여기서 소머리 한 뚝배기씩 먹고 올라가도록 하자.
**
가계부 24일 차
숙소 45,000
소머리국밥 10,000
초콜릿, 커피 3,500
연잎빵 11,000
보리비빔밥 정식 12,000
샌드위치 3,500
박물관입장료 5,000(2천원은 상품관으로 돌려줌)
***
운동 24일 차
다리 들어 올리기 108번
걷기 22,600보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878815306
#노파의글쓰기 #어느날글쓰기가쉬워졌다 #글쓰기 #글잘쓰는법 #노파 #김수지작가 #에세이 #문해력 #어휘력 #북스타그램 #책리뷰 #서평 #감성글 #해남여행 #여자혼자여행 #땅끝마을 #한달살기 #남도한달살기 #해남한달살기 #해남맛집 #우수영 #울돌목 #명량 #숭어회덮밥 #진도 #진도타워 #홍주 #진도대교 #해남공룡박물관 #소문난소머리곰탕 #해남공룡박물관 #우항이크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