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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타샤 튜더의 집과 오븐구이 만드는

by N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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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요즘 다시 시골집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라 읽어보았다.


타샤 튜더는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 작간데, 작가로서의 삶보다 실제 삶이 훨씬 유명하다.


음식부터 옷, 생활용품, 헛간, 울타리까지, 전부 직접 만들어 살았는데, 그냥 자연이 내어주는 대로 산 게 아니라 모든 게 공예의 수준이다.


직접 구운 빵에 바를 버터를 만들기 위해 염소를 키워 젖을 짜서 버터와 치즈를 만들고, 안에 들어갈 크림을 만들기 위해 병아리를 사다가 키워서 달걀을 얻었다. 한때는 밀 농사도 했었다.


돼지 농가에선 라드를 얻고, 양봉 농가에서는 밀랍을 얻어 비누와 양초를 만들었고, 옷은 양을 치는 아들 부부에게서 양털을 얻어 방적기로 실을 꼬아 지어 입었다.


물푸레 나무를 자르고 쪼개서 물에 불렸다가 얇게 뜯어내 바구니를 만들고, 작은 나무들을 베고 엮어서 정원에 울타리를 쳤다.


19세기 미국의 농가를 떠올리게 하는 집도 아들이 나무 못을 하나하나 깎아가며 3년에 걸쳐 만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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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까지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살 수도 없었다. 이 모든 자급자족은 타샤튜더가 동화작가로 성공한 후 50대 후반에 30만 평의 대지를 사며 시작됐기 때문이다.


스무 평짜리 집 대출금도 허덕이는 판에 30만 평은 무슨.


게다가 상당한 맥시멀리스트다. 방적기만 여섯 대가 있는 집이라니. 키우는 닭만 서른 마리가 넘는다니. 최대한 비우며 살고 싶은 내겐 모든 면에서 넘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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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리 실력만큼은 부러웠다. 불길이 활활 이는 벽돌 오븐 안에 무쇠솥을 걸어두고 음식이 익길 기다리는 그의 사진을 보니 갑자기 나도 뭔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책을 읽다 말고 냉장고 문을 열어 야채칸에 굴러다니는 호박과 토마토와 꺼내서 채소 오븐구이를 했다. 있는 것들을 대충 넣어 한 것 치고는 맛이 좋았다.


만드는 방법도 쉽다. 호박과 토마토를 썰어 교차로 담고, 돼지고기 다짐육과 냉동야채를 추가로 담은 후 시중 파스타 소스를 뿌려서 오븐에 25분 정도 구우면 된다(육수를 한국자 부어주면 더 맛있다).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뿌려도 되지만 고기가 있어서 충분히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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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도 한솥 끓였고, 지중해식 샐러드 재료도 한 통 다듬어 소스까지 만들어 두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만든 감이 있는데, 너무 많은 음식이 있어야 안심이 되는 병에 걸려서 어쩔 수 없다. 먹으면 그만이다.


다 해서 재료비가 2만 원도 들지 않았다. 예술한답시고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일단 요리부터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예상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 모두를 조금씩 더 괴롭힐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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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골 가면 잘 살 것 같다. 타샤 튜더만큼 예쁘게 살진 않겠지만. 무언가를 길러서 해 먹는 일은 거뜬히 해낼 것 같다.


진짜 그런가 한 번 살아 봐야겠다. 귀촌한 사람들보니까 다들 마흔에 갔다더라. 마침 마흔이다.



ps.

타샤 튜더 둘째 며느리가 한국인이다. 괜히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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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90497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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