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가 웃으면 안되는데, 넌 엄마를 웃긴다
대학병원이라는 곳은 참 어렵다.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는 곳이 아니라, 분명 아픈 곳을 치료해주는 곳인데 그 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늘 엄숙하고 또 그곳에서 지내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이 함께 있어서일까.
엄마가 잠깐 3개월동안 어느 대학병원에서 인턴쉽을 한 적 있었어. 그때 느낀 것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였거든. 장기 입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비로소 보일듯한 지루한 광경. 그런 병원의 냄새와 단조로운 일상을 읽을 수 있었지. 그래 병원은 참 이상한 장소다. 감정이 그보다도 더 극단적으로 치솟을 수 없는 곳이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갈 길을 되찾는 곳. 심각하려면 한없이 심각해지고, 단조로우려면 한없이 무미건조해지는 그런 곳이야.
네가 첫 돌도 되기 전 이곳에서 너무나 가느다란 관으로 피를 뽑고 유전자 검사를 하고, 엄마와 아빠가 절망했지.
그 때 엄마가 배운 것이 있다. 절대로 내 자식 아프다고 더 아픈 자식을 비교해 우리 애는 저만큼 아프지않으니까 라고 비교하지 말 것. 우리 애는 죽을 병 아니니까 라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의 부모 마음은 얼마나 미어지겠니. 엄마는 너의 병을 알리는 것은 너의 결정이라고 생각해 동네방네 떠들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네가 나중에 커서 무덤덤하게 살길 원할 수도 있고, 사랑스러운 너보다도 너의 병명이 엄마를 가르키는 수식어가 되어버릴까봐 싫었다. 아픈 아무개의 엄마라니. 참으로 끔찍하다. 눈작고 미소가 장난스러운 아무개라면 모를까. 참 이건 너가 싫어할지도.
의사 선생님과 약속한 날은 금방도 찾아왔다. 전신 MRI와 전신 엑스레이로 너의 몸 안을 확인해야하는 날. 잠결에라도 젖을 물릴까 엄마가 괜히 긴장하고 너는 목이 타고... 엑스레이 울어제끼는 너를 잡고 간신히 찍은뒤... 젖먹겠다고 우는 아이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이 수면 가스로 수면 마취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니. 바둥거리던 너의 몸이 스르륵 힘 빠질때 내 정신도 툭 발에 떨어지는 듯 하더라. 작은 너의 몸을 안고 MRI실로 데려가는데, 음. 엄마는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너가 코를 골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드릉 드릉 아저씨처럼 숙면을 취하는 너 덕분에 엄마는 웃고 말았어. 아주 눈물이 쏙 들어갔다. 엄마 울지 말라고 이렇게 개그를 하는거니. 네가 최고다. 엄마는 너에게 한 수 지고 말았다. 고단수 내 딸.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검사 후에도 1시간은 더 쿨쿨 자고나서야, 오죽하면 간호사선생님이 숨은 잘 쉬고있는것같네요 하고 웃을정도로 코를 고는 너를 한참은 보고나서야, 너는 일어났다. 실컷 자고 일어나 기운이 넘쳐보이니 엄마는 참으로 안심이 됐다. 너는 역시 나를 항상 위로하는 착한 딸이다.
결과는 다행히도 깨끗. 약간의 걱정은 남겼지만 그래도 홀가분했다. 내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때는 부디 너와 말이 통해서 덤덤하게 잠깐 '외출'했으면 좋겠다. 너와 나와 아빠는 이제 이 곳에 오는 날이 그저 외출하기 참 좋은 날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좋은 소식을 듣고 맛있는 것을 먹는 날로, 그렇게 우리 만들어보자. 네가 부디 건강하길. 작은 너의 손을 잡으며 간절히 기도한다. 너의 삶이 순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