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뉴스를 반복해 읽으며 오늘은 택배 기사님들 쉬는 날, 이라고 계속 내 머릿 속에 꾸역꾸역 넣었건만,
오늘은 참트루 택배가 오지 않는 날이다.
평소에 택배를 자주 시키는 사람이라면 엄지손톱을 깨물으며 무릎을 달달달 떨면서, 금단 증상이라도 곧 느껴야할 것 같은. 그런 날이 오고야만 것이다. 한번도 없었던 금요일 택배 없는 날을.
서울에서 일찌감치 쓱, 쿠팡, 컬리, 프레쉬배송을 편리하게 자주 이용하다가 춘천으로 오니 바로 다시 느꼈던 것이 초스피드 배송의 부재였다. 아침에 주문하고 저녁에 받는 당일권 배송을 못 받다니. 가락시장에서 한약택배로 바로 오는 통통한 샤인머스캣을 먹을 수 없다니!
춘천에 오니 쿠팡은 한진택배로 오고, 그마저도 1박 2일로 꽤 빨리 오는 것이지만 그 날 받지 못한다는건 참 크게 느껴졌다. 얼마나 빨리빨리의 민족인 것인가... 조동 엄마들이 그럼 쿠팡하면 되겠네요~ 하는데, 왜 갑자기 지방사는 설움이 느껴지지?
그런데 이사를 통해 방구석 쇼핑보다 일주일에 두세번 마트를 들려 먹을 식재료, 생필품을 사는 것이 훨씬 한 달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고, 그 이후로 내가 쟁이는 것은 무척 싸게 나오는 애 기저귀나 바디워시 정도가 되었다.
본투비 소액결제중독자인 나로서는 매일 만원 이하의 제품을 사락사락 사는 것이 일인지라, 택배로 뭐가 와야할 지 기억조차 안하고 받으면 뜯고나서야 알건만, (혹은 배송지키미 앱에서 알려주면 그제서야)
예약배송으로 구매해뒀던 허지웅 신간이 잠시 택배사에 멈춰 있기에 결국 일상의 불편을 느끼고 만다. 다행히 책 한권 하루 늦게 읽더라도 죽고 살 일은 아니기에. 궁금할 뿐!
아기 영양제를 3개월치 사놨지만, 하루 늦게 먹인다고 아이가 1cm 안 크는건 아니니까.
1900원에 산 검정티셔츠는 와봤자 그대로 장롱행이니까.
기다림에 익숙치 않은 세상에서,
의도한 불편이 얼마나 그분들을 떠올리게 하는지 잘 알겠다. 이번 택배 쉬는 날은 참으로 대찬성이다. 물론 아이스크림, 냉동식품류를 택배로 시켰던 분들에겐 심심한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