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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SOL Nov 17. 2019

열아홉과 스물아홉, 일년쯤은 쉬어가도 좋잖아.

귀걸이를 모으던 열아홉 여행자에게





숙소 근처까지 걸어내려가면서 우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지금은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그땐,

처음엔 한없이 신선했던 것들.


어디서 왔니. 어디로 갈 거니.
왜 여행을 떠나왔니.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니.


따위의 그런 것들.







세레나는 스위스에서 온 열아홉 여행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 전에 갭이어를 갖는 중이었다.     

아동을 돌보고 기르는 일에 (kindergarten) 관심이 있어서 6개월간 일을 하고, 남은 6개월간 멕시코 등지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얼굴은 다부졌다. 그건 예쁜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고 있으면서, 1년 정도의 휴식이 조급하지 않은

'그들의 고정관념'에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이직을 하는 과정에도 쉬는 기간에 부담을 갖거나 재수를 위한 1년의 기간을 뒤쳐진다고 초조해하는,

아니, 애초에 갭이어라는 개념이 '시간허비'로 비춰지는 환경에서 자란 우리와는 여유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를 테니까.     


배가 다시 꾸룩꾸룩 요동치기 시작해서 술을 멈추고 가게를 나섰다.  과나후아또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몸을 흔들거리다가 작은 악세사리 가게에 들어갔다.     

세레나는 여행을 하면서 악세사리를 모은다고 했다. 나는 그 전엔 돈을 아끼는 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이렇다 할 기념품이 별로 없어서 그게 참 아쉬웠는데, 악세사리를 모은다니 그마저 멋졌다.


하지만 얼른 과달라하라에서 팔찌를 산 것을 기억해내고는 '나도 악세사리 사는 걸 좋아해.' 라고 대답했다.  세레나를 따라 귀걸이를 이리저리 대보는데 그녀가 내게 귀걸이 하나를 내밀었다.

자기를 기억해주라는 말과 함께.          


어느 나라든 귀걸이나 팔찌, 발찌를 모으던 나의 버릇은

어쩌면 그녀를 기억하는 내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 핑계인지는 애매하지만.     

그러나 분명한 건, 모을 때마다 이날을 떠올렸다.


스위스에서 온 다부지고 멋졌던 그녀와

아무렇지 않아 더 마음에 박혔던 그녀와의 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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