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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SOL Nov 17. 2019

그깟 수박이 뭐라고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서 가장 사무치던 고독감






며칠째 배가 꾸물거려 굶주리고 있었다. 고수와 레몬의 향이 더해져, 멕시코의 어떤 음식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잘만 먹던 타코도, 혼자 남겨진 뒤엔 쳐다보기도 싫어져버렸다.


기껏 수박노점을 발견하고는 포효하며 달려갔는데, 돈을 꺼내는 중 주인장은 갑자기 귀한 수박에 레몬과 소금을 뿌려버렸다. 엿먹이려는 게 아니라 수박이 싱거운 철이라 향신료를 더한 거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고작 몇백원짜리 수박을 버리지도 못하고 새로 사지도 못한 채,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었다.


다섯 번째 헛구역질을 하자마자 눈물을 삼키고 수박컵을 휴지통에 집어던졌다.


여행의 순간이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벌써부터 그렇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과나후아또


한국에 돌아가는 내년 겨울엔,

모든 것이 변해있고 나만 덩그러니 남아 고독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내 여행을 덮쳤다.


시간이 내게 남길 사람들과의 간극이 사무치게 무서웠다.




행복감이 말라버린 상태에서 어떤 아름다운 것을 본들, 마음은 사막이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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