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가고 나서야
동양인들은 팔다리가 Skinny하던데.
너는 그렇지 않아서 좋아.
하얗고 통통한 너가 마음에 들어.
과까몰리를 만들던 그가 던진, 조용한 고백의 기억.
촌스럽고 조그맣던 동양 여자애는 당황해 뒷걸음질을 쳐버렸지만,
사실은 꽤 오래도록 그 말을 곱씹었다.
얼마나 두고두고 기억했는지 그가 알면 안될 만큼 오래였다.
희고 물렁한 나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화장기 없고 주근깨가 올라오던 그 무렵의 내 얼굴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걸
부러 일러주려 온 것 같았다.
사랑받기 위해 발버둥치던 서울의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걸 진즉 알았다면 바보같은 연애들의 반 이상은 다 없어도 됐을 텐데.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간 내 원망의 8할은 사라지고 없을 텐데.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 내 땅을 딛고 서서야, 거기서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온전히 나를 바라볼 용기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