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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Apr 21. 2019

"무게를 견뎌야 한다."

어쩌다 청협(3) 대표성의 책임감

어떤 조직이든 대표를 맡으면 상당한 부담감을 갖는다. 정관에는 이사장의 여러 권한이 명시되었다. 그 권한은 조합의 대표, 총회 소집 및 의장, 직원의 임명 등이 있다. 이사장이 되는 것은 그 권한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그 권한과 함께 많은 책임도 따른다.     


이사장을 맡기로 다짐할 적에는 잘 몰랐다. 어떤 권한이 있는지 파악도 못 했다. 그리고 따라 올 책임의 부담감은 당연히 생각조차 못 했다. 임기를 마친 지금에서야 생각해본다.     


이사장이 되면서 사업의 책임자로 대외적 활동이 많았다. 사업 수행 여부, 사업 조정, 운영 상황에 따른 변경 등 그 자리에서 결정할 일이 많았다. 여건에 따라 결정을 최대한 미루었지만, 주로 시원하게 결정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상대방도 그에 따라 대비할 수 있다.     


청협 내부의 일도 그렇다. 청협은 조합원 개개별의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 속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결국 내 몫이다.     


청협의 이사장이 되면서 더 많은 역할들을 하게 되었다. 도정 위원회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표적 기관의 청년 관련 논의 자리에 많이 불렸다. 나를 통해 제주 청년들의 여건과 감수성에 대해 많이 물었다. 청협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제주 청년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청년유권자행동을 함께 했다. 우리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고, 사다리 타기로 내가 출범 회견문을 낭독했다. 우리의 출범은 많은 언론사에서 관심을 가져주었고, 제주의 모든 언론사에 노출되었다. 그 파장은 조금 컸다. 주로 비난이 많았고,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특히 댓글에서는 “청년의 대표성”에 대한 말이 많았다.     


청년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힘든 것은 대표성에 대한 자기 검열이다. 꼭 청년만은 아니겠지만, 청년 사이에서는 유독 심하다. 그래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전제를 두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내가 말하는 이야기가 모든 청년을 포괄할 수 없기에. 그리고 자리에서 갖는 내 이야기가 무게감을 갖는 것이 부담되기에.     

“좀 더 권한을 인지하고 과감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아.”     


전 이사진 뒤풀이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저런 수다 속에 지난 2년에 대한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우리는 많은 결정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했다. 아마도 ‘우리가 누군가를 대의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을 것이다.      


이사장의 권한을 포함 이사회는 청협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사업의 승인, 총회 의안, 재산의 취득과 처분, 규정까지 그 권한은 청협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만큼 많은 역할과 책임도 따른다. 과연 지난 이사회는 그런 모습을 했을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과감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나는 이 글에서조차 이사회의 의사를 포함시키지 못했다.     


책임이라는 무게는 어떤 것일까? ‘내 말과 결정이 청협의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조합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합의 미움을 받는 것은 아닐까?’ 등 생각이 꼬리를 문다. 조합원들의 권한을 위임받고 2년 간 권한을 행사하며, 책임을 진다. 권한을 행사할 적에는 당연히 조합에 대한 이해를 따지고, 조합원들의 생각을 파악해야 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임기 중 조합의 해를 끼쳤을 경우의 조합원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그 무게를 견딜 준비가 못 되었다.     


임기를 마치고 무게를 견뎌야 했음을 느낀다. 청협은 아주 많은 잠재력을 가진 조직이다. 소심한 나는 그 잠재력을 살리지 못했다. 책임감의 무게를 견디고 권한을 잘 활용했다면, 지금의 청협은 더 나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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