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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Jun 27. 2020

공동체의 의무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 중 하나가 건강이다. 어떤 삶을 추구하든 건강은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영리병원이 설립이 논의되면서 돈이 있어야 치료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까 걱정이다. 이 사회는 자유라는 허울로 건강마저도 개인의 책임으로 떠밀고 있다. 악화된 사회관계로 인해 피폐해져가는 건강도 개인의 책임으로 탓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부제처럼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 한,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노동 속, 공동체가 배제해버린 사회질병을 말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건강을 위한 정의로운 공동체의 모습도 마지막 화두로 던졌다. 책에는 저자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한 많은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한다. 이따금 ‘지금 세상에 아직도..’라는 말이 나올 만큼의 믿기지 못 할 사례들은 나의 부족한 시선을 넓혀 준다.

       

1995년 7월 시카고에서는 체감온도 48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70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당시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의 사망률이 일반인에 비해 3배나 높았다. 그들은 에어컨 없이 혼자 살거나,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에어컨 시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었는지,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사회적 환경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95년의 재난으로 쿨링센터 등을 마련하며 사회적 환경을 개선한 시카고는 또 다시 찾아 온 1999년 폭염에는 110명으로 줄어들었다. 


보편적인 시야에 갇히거나, ‘라떼는 말이야’처럼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인식, ‘그 정도 쯤이야’라며 상황을 넘어가거나, 인지하지 못 하는 상황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실은 우리 마음을 갉아먹거나, 낙태금지법이 갖는 위험한 상황들 말이다. 심지어 가난은 우리에게 확연한 차별을 남긴다. 태아시절의 영양공급의 차이는 생존율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며, 몸뚱이만 갖고 있는 가난은 위험한 임상실험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안전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소방공무원과 의료진은 공동체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이미 많은 뉴스 등의 미디어에 나올 만큼 그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심지어 그들의 노고에 대한 배려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과연 우리의 안전을 위해 그들이 희생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노동환경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병을 만드는 회사,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각종 일들, 최근 제주에서 일어난 한 경영주의 갑질은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 대다수의 노동환경은 성과, 직업 유지 등을 위한 각종 압력에 못견뎌내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로인한 대한민국의 타이틀은 OECD 자살률 1위인 것인가.                 


2013년 기준으로 강원도의 모성 사망비는 서울에 비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에게 산부인과 의료접근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지, 어떻게 해야 강원도에 살고 있는 임산부들을 서울로 이사하게 만들지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습니다._p.211


개인적으로 공동체는 구성원의 다양한 변화를 인지하고 공동체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리 정해놓은 공동체의 범위 안에서 구성원의 변화를 품을 수 없다면 공동체의 의미가 상실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는 실은 많은 것을 인정하고 차별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면서 그것을 부정할 때가 많다. 존중과 배려라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지만.                 


관계망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계속 모색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포함한 온라인에서의 사회적 관계망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으니깐요._P.267


미국의 로세토 마을의 사례는 사회적관계망이 우리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로세토의 자본주의적 이념이 침투하면서 사회적 결속과 사회적 지지가 인간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로세토 공동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_P.295”.     


저자는 마지막으로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라고 말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로세토 마을처럼 사회적관계망으로 해소할 수 있는 믿음일 수 있다. 나는 이기심이 개인이 갖는 어쩔 수 없는 반응이라 생각한다. 개개인의 이기심이 모여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다만 어느 한 편의 이기심이 더욱 커서 공동체가 해야 할 의무를 놓친다. 그렇다면 우리 공동체는 그 이기심을 조절하기 보다는 이기심 충분히 충족하게 하면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국민에게 의무를 다할 것을 교육하고 강요하면서, 정작 국가는 국민을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경제성장, 외교강국이라는 말이 좋아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챙기는 일을 먼저 해야 함을 알게 된다. 국가의 많은 결정을 해야 할 사람들의 필독서가 되길 바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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