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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엽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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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엽서시 Oct 17. 2023

참치

잠시라도 헤엄을 멈추면

이윽고 바다에 가라앉아버린다는

참치와 같이

나는, 우리는,

이 긴 지하철 노선을 붙들고 출근을 한다

일을 하러 간다     


길다란 무리가 되어

때로는 모이고 때때로 흩어지며

(더러 두섯이 앞서 나가기도 하고)

이윽고는 깡통 같은 일터로 흩어졌다가

다시 집에 가기 위하여는 이 길다란 해류(아니, 노선)에 모여드는 것이다     


물 한 방울 없이

이 얼마나 완벽한 바다인가

완벽한 그물이요, 완벽한 공장이 되는가     


은분 비늘 하나 없는 이곳에서

이렇게 이따금 비린내가 끼쳐올 때     


나는 몸이 떨려온다

아가미 없는 대가리를 흔든다     


눈을 감으면

해저와 같으면 어둠

이 헤엄이 멎으면 닿을 수 있는

바닥 같은 이 어둠이

차라리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눈꺼풀이 없어

눈조차 감을 수 없다는 그 참치라는 놈을

안타까이 여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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