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폴리 아 되>(2024)는 고전적 취향과 대담한 시도가 끄덕여지는 좋은 속편이다. 특히 5년 전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가는 인물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뮤지컬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스러운 장면의 전환, 상황과 감정에 맞는 가사에 힘입어 도전적이면서도 납득하게 되는 특징이다. 전작과 바뀌지 않은 촬영, 편집, 음악 등 기술 스태프들은 이 빽빽하게 정교한 138분의 작품이 우리가 봐왔던 아서 플렉의 이야기가 여전히 맞다는 걸 내내 보여주고 들려준다.
새로운 인물 '리 퀸젤'(레이디 가가)의 등장과 활용은 배우의 역량을 온전히 끌어내지는 못한 듯 보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어디까지나 '아서 플렉'(와킨 피닉스)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 같기도 하다. <조커: 폴리 아 되>에 쓰인 음악적 요소들은 노래의 멜로디나 퍼포먼스 등을 각인시키기보다는 마치 이들의 상상과 열망이 현실이 되기 어려운 허상인 것처럼 아름답다기보다 애처롭게 다가오도록 하는데, 고담 시티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음울한 이미지에 아캄 호텔이 아닌 '아캄 어사일럼'이 덧입혀져 아서 플렉의 마르고 굽은 등과 그림자를 더욱 왜소하게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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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더 치열해진 인물 탐구와 정제된 기술적 토대 위에 <조커: 폴리 아 되>는 '조커'이기를 원하는 타인들의 기대와 여전히 그리고 어쩌면 처음부터 '아서'였던 아서의 낮과 밤을 교차해 가며 엄숙한 재판장도 능히 희극 무대로 만들어버린다. 한편으로 자신의 세계에 불을 질렀던 인물이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의 관심 속에 혼란과 고뇌를 거듭하는 모습은 마치 예견된 것처럼 재판의 진행 과정 속에 녹아든다. 이 이야기는 언제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일까. 1980년대 초반인 영화의 배경이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된 2020년대를 관통한다.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