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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11. 2024

평론 유감

타인의 한줄평과 평점을 자신에게 끼워 맞추는 시대

@ 유튜브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실제 사람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런 사람들만 모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왓챠피디아 포함) 댓글을 보면 애초에 다른 관점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대화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항상 느끼게 된다. 리뷰와 비평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도 없는 사람이 평론가라는 직업에 대해 어떤 사람의 자질에 대해서까지 논하는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오고, 그런 사람들은 흔히 '선민의식'이나 '가르치려 든다', '지적 허영' 같은 어구를 어디서 주워들은 것처럼 사용하고는 한다.


댓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을 기억나는 대로 몇 가지 예시로 들면 이런 것이다. 1) 돈 받아서/특정 감독과 친해서/특정 배우를 좋아해서 억지로 좋게 평가해 주는 것 아니냐. 2) 평론가는 있어 보이려고 억지로 영화를 포장한다. 3) 사람들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비평이 무슨 의미가 있냐. 누구에게나 공감될 수 있어야 한다. 4) 어려운 단어를 쓴다. 5) 이 영화에 왜 별점을 그만큼밖에 안 주나요? 6) 이 영화에 왜 별점을 그렇게 높게 주나요? 기타 등등. (그런데, 언제 '비평'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던 때가 과연 있었나?!) 자기 입맛에 맞는 한줄평이나 평점을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만 편취하던 사람들이 특정 영화에 대한 특정 평론가의 한줄평과 평점에 나타나 '실망'이라느니, '허세'라느니 하는 표현을 가져와 자신이 영화평의 대단한 소비자인 것처럼 구는 풍경이다.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해온 이야기라 자세하게 반복하지 않겠지만, 전부 다 틀렸거나 생각의 재고가 필요한 것들이다. 상관관계과 인과관계를 잘못 파악한 것이거나, 리뷰와 비평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부족한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문자 언어를 충분히 읽고 그 맥락을 헤아리기 위한 노력이 없거나, 다른 직업인에 대한 존중 자체가 없거나.


누군가가 지적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면 그런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이는 반응은 "그냥 내 생각 남겼을 뿐이다", "내 의견일 뿐인데 왜 존중해주지 않느냐" 내지는 "ㅇㅇㅇ 평론가가 무슨 건드려서는 안 될 신이라도 되느냐"다. 이거 무슨 모든 걸 뚫는 창과 모든 걸 막는 방패의 대결인가. 점점 더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특정 커뮤니티 안에만 갇히고, '다른 생각'을 읽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점점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처럼 여겨져 안타깝다. 정지우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악의적 오독의 시대"인 것처럼 비친다. 댓글 몇 줄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의 삶이 딱히 궁금하지 않다. 무엇보다 아무런 수고도 들이지 않고 배설하듯 쏟아내는 무신경한 댓글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파이아키아' 채널에 올라온 저 영상의 설명란에 기재된 타임라인만 봐도 얼마나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세계가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알 수 있다. 문제는 저런 댓글을 작성할 만한 사람들이, 그동안 평론가 본인이 수 차례 블로그나 영상 등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해 왔던 같은 이야기의 맥락을 과연 얼마나 제대로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데에 있다. 너무 비관적인가? 안타깝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는 거의 현실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을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정보나 지식은 많아졌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의 가치관과 철학은 더 빈약해지고 있고, 타인에게 자기 주관의 일부를 의탁하면서도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이른바 '명징 직조' 때만 봐도 답이 나오지 않나. 그게 5년 전인데 그때보다 나아진 건 조금도 없어 보인다. (2024.10.10.)


https://youtu.be/ytUijI9yv_U?si=3ZP8Z0fXezxgeDho


https://brunch.co.kr/@cosmos-j/911


https://blog.naver.com/lifeisntcool/223125401061


"오해가 불식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모두를 자신의 잣대에 따라 섣불리 적대시하는 이 엄청난 혼란의 시대에선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도 쓰는 게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믿습니다."

라고 위 글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썼다.



*유독 영화에 관해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특정한 영화에 대해 이런 반응이 반복적으로 나타날까. 누가 세상엔 그런 사람들도 있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도 맞지만, 이렇게 몇 글자 끼적하는 일이 딱히 에너지를 쓰는 일도 아니고 불편하게 느껴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기록할 작정이다. 나는 이해의 노력이 결여된, 정제되지 않고 숙고되지 않은 무례한 언어는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세상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전부 다 있는 그대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얼마 전에 다른 영화 리뷰 크리에이터 분도 자기 영상에 대해 "돈을 받고 리뷰 영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드리고 지나가면 소수의 의심 혹은 드립이 다수에게 스며드는 진실이 되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 입장을 밝힙니다."라고 부연하신 적이 있다. 정확히 같은 생각이다.


*둔감한 것이 당당한 것이 되어가는 때일수록 오히려 무례함이 주류의 것이 되지 않도록 더 예민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함부로 표현된 언어가 큰 목소리를 얻지 않도록.



https://brunch.co.kr/@cosmos-j/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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