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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07. 2018

극장에서 한 영화를 떠나보내기

세 번째로 본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타 이즈 본> 포토티켓 @CGV 청담씨네시티


이미 <스타 이즈 본>을 두 번 관람한 것이 하나는 CGV에서였지만 시사회였고 둘은 메가박스였던 터라, CGV에서 포토티켓을 하나라도 만들어 간직해두려고 했었다. 요 며칠 계속 CGV 앱을 들락거리며 시간표만 흘끗 보다 막상 예매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는데, 이번 주가 아니면 더는 안 될 것 같았다. 근래 극장 관람작의 음악 중에선,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의 노래도 좋기야 했지만 폰의 재생목록에 내내 머문 건 <스타 이즈 본>의 노래들이었다. 영화를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이쪽이 더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기도 하고, 굳이 따지자면 음악 역시 이쪽이 더 내 취향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영화 둘에 기억 하나, 노래 하나에 기억 둘. 영화의 타이틀이 나오던 그 순간의 장면처럼 스친다. A, STAR, IS, BORN. 이 영화를 처음 보던 그날 밤의 내 생각들, 이 영화를 다시 관람하게 되었던 그날의 내 느낌들, 영화가 상영 중이던 때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상영관을 나설 때의 그 공기들, 풍경들, 오갔던 이야기들. 모두가 하나의 경험이자 기억이 되어 있었다. 이제 이 영화를 당분간은 떠나보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만나기로 했다. 블루레이가 나와도 곧장 구입하진 않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의식과도 같다. 어떤 영화는 그 영화 자체에 대한 내적 생각과, 그 영화가 준 바깥 경험에 대한 기억이 달라져 있곤 한다. 그렇게 된다. 그럴 수 있기도 하다. 한 편의 영화가 하나의 계절과 사적인 동의어가 되어버리는 일. 그 누구도 공감하거나 짐작할 수는 없을 자신만의 의미이겠지만, 우연하게도 내게 그렇다. 하필이면 내게, 가 아니라 마치 나여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듯이. 'Always Remember Us This Way'. 'Always'라는 말은 슬퍼지기 쉽다. 오래될 이야기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컷


<스타 이즈 본>은 누구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야만 좋은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영화다. 원작의 일부만을 변형했을 뿐 <스타 이즈 본>은 반복의 영화다. 작중 특히 중요한 의미를 띠거나 흐름을 변화시키는 노래는 모두 두 번 이상 등장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의 '잭슨'의 곡 'Black Eyes'는 크레딧이 올라갈 때 반복되고, '잭슨'과 '앨리'의 곡 'Always Remember Us This Way' 역시 크레딧 말미에 한 번 더 나온다. ('Shallow'는 총 세 번 등장하고 'Maybe It's Time'은 부분을 포함해 세 번 등장한다.) 여러 차례 코를 쓸어내리거나 눈썹을 떼었다 붙이는 모습들. 일을 마치거나 그만두고 같은 길을 한 번은 걸어서 가는 '앨리'와 한 번은 '잭슨'의 운전기사 '필'의 차로 가는 '앨리'를 거의 같은 구도로 비추는 카메라. '앨리'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를 한 번 더 부르는 '잭슨'. 이런 것들은 그저 영화가 지니고 있는 사소한 디테일에 불과하다. '앨리'는 특정한 두 번의 순간에 눈물을 흘리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왼쪽 눈, 다음에는 오른쪽 눈에서다. 이것 역시 사소한 것이겠다.


그러나 많은 것들은 사소함에서 비롯한다. 형 '바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잭슨'의 말 가운데 하나는 "음악은 옥타브 내에서 12개 음을 가지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단지 캐릭터의 대사 일부일 뿐 아니라 정확히 <스타 이즈 본>이라는 영화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든 방식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반복할 때 그 행위는 단지 타인의 것 혹은 기존의 것을 답습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연출은 물론 각본과 음악(노래, 작사, 제작)에도 참여한 브래들리 쿠퍼는 그러니까 이미 있는 이야기를, 수십 년도 지난 이야기를, 자신이 해보고 싶은 방식으로 오늘 여기서 한 번 더 말해본 것이겠다. '잭슨'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앨리'를 두 번 부르며 영화에서 그 행위를 한 번 더 하듯이.


모두에게 저마다의 재능은 있지만 그 모두의 별이 '스타'로 빛나지는 않으며, 그중에서도 정말이지 특별한 재능이란 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들려주는데 그것을 통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 이다. 좋은 노래는 단 한 번만 불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해서, 되풀이된다. 그러나 그 반복이 매번 똑같기만 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 노래를 처음 들었거나 불렀거나 만든 순간을 떠올리며,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도 말해보겠지.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행이야." 우리는 돌아가지 않더라도 여기 이 자리에서 그때 그곳을 몇 번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가끔은 그것이 항상 가능할 거라고 믿어보면서. 찰나일지라도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것이라 믿는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하게 되는 단 한 번을 꿈꿔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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