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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11. 2018

무수히 많은 별들 중 내게 태어난, 단 하나의 별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영화의 제목, 'A Star Is Born'이 대문자로 천천히, 한 음절씩 나오는 동안 나는 이미 이 영화에 빠져들 것임을 직감했다. 제목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은, 일을 마치고 공연을 하러 가는 '앨리'(레이디 가가)의 뒷모습과 함께다. <스타 이즈 본>(2018)의 정체성 내지는 지향점을 이보다 더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이 또 있을까. <스타 이즈 본>은 이름처럼 무명의 가수가 팝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다루는 영화다. 그리고 거기에 '앨리'의 뒷모습이 있다. 음악인이 주인공이거나 음악이 소재인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실은 앞모습이나 옆모습이다. 사람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곁에 머무는 영화라니. 반복되는 고단한 일상의 쳇바퀴에, 기약 없는 꿈의 막연함까지, 가방을 옆으로 멘 채 밤길을, 야트막한 골목길을 걷는 '앨리'를 영화의 카메라는 한동안 지켜본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컷


'앨리'라는 이름은 영화에서 'Ally'로 표기되는데, 이는 의도했든 아니든 골목을 뜻하는 단어 'Alley'와 동일하게 (영화에서) 불린다는 점에서 은유적일 수밖에 없겠다. 그녀는 아직 인적이 드문,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 있다. '앨리'의 여느 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공연은 그러나 (마찬가지로 공연을 마치고) 우연히 술을 파는 곳을 찾아 '보이는 아무 곳에나' 들어온 '잭슨'(브래들리 쿠퍼)으로 인해 다른 수많은 공연들과는 같지 않은 바로 그날의 '무대'가 된다. 말하자면 길 위에서 만난 두 사람이다.


<스타 이즈 본>은 인기 정상의 가수인 '잭슨'을 만난 후 '앨리'가 그와 서로 사랑에 빠지고, 함께 공연을 하고, 제작자의 눈에 들어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꽤 순탄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흔히 예상할 수 있을 법한, 그녀의 과거를 문제 삼는 질 떨어지는 언론 매체의 가십 기사나, 혹은 한순간에 스타덤에 오른 그녀를 향한 일부 곱지 않은 질투의 시선, 그런 것들이 <스타 이즈 본>에는 대부분 빠져 있다. 오히려 영화가 내내 몰두하는 것은 과연 '나 다운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앨리'가 가수가 되지 못했던 것은 '목소리는 좋은데 외모가 별로다'라고 했던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그것을 그녀는 "내 노래를 하는 건 불편하다"라고 돌려 말하고, '잭슨'의 재차 질문에 그제야 자신의 코가 콤플렉스라는 이야기로 또 돌려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튀는 의상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 채 '라 비앙 로즈' 같은 남의 노래를 불렀다. '잭슨'은, 그런 '앨리'를 진심으로 '예쁘다'라고 여겨준, 그리고 '앨리'에게 자기다움을 잃지 않을 것을 시종 독려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리라. 그런 유일의 존재는 흔히 사랑이 되곤 한다. 익숙하게 꿈꿀 법하지만 그러나, 결코 아무에게나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 그런 이야기가 된다.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컷


여기서 '잭슨'은 '앨리'가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이 없이도 가수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스타 이즈 본>의 후반에 접어들어 '앨리'와 '잭슨'의 관계에도 중대한 사건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사건은 영화 전체의 줄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앨리'와 '잭슨'의 각자의 마음을 (관객이) 헤아려보게 만들기도 한다.


별은 거기 있다는 것 자체로 이미 별이지만, 그 빛을 누군가가 바라봐줄 때 진정으로 탄생한다. 놓인 환경이나 위치보다는, 스스로만이 낼 수 있는 고유한 빛을 얼마나 잃지 않고 지켜내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타고난 재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그 타고난 것마저도 사람으로 인해, 타인으로 인해 변화를 겪는다. 어떤 재능은 썩고, 어떤 재능은 새롭게 발견된다. 사랑도 꿈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사랑하는 재능'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살면서 겪어가는 것이듯이. 누구나가 원하는 바를 다 성취할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삶에는, 누군가 단 한 사람, 내 삶의 방향을 완전히 새로운 쪽으로 뒤바꿔놓는데 그 전혀 다른 곳에서도 여전히 나를 '나'이게 해 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타난다. 무수히 많은 별들 중 단 하나. 나에게 태어난다. (★ 8/10점.)



영화 <스타 이즈 본> 국내 메인 포스터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2018), 브래들리 쿠퍼 감독

2018년 10월 9일 (국내) 개봉, 135분, 15세 관람가.


출연: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샘 엘리어트, 라피 가브론 등.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스타 이즈 본> 스틸컷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관람작 (2018년 10월 8일, CGV용산아이파크몰)

*<스타 이즈 본> 예고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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