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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 Aug 06. 2023

요즘 인생살이와 <노마드랜드>

어떻게든 살아지는 걸까?

최근에 글을 너무 안 써서, 내가 브런치 작가 였던 걸 떠올리고 다시 들어와 본다.

블로그에 다시 글을 써보려다가... 블로그 보다는 브런치가 좀 더 글쓰기에 적합한 플랫폼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뭐 어떻게 또 쓰다보면 알게 되겠지.


노마드랜드 책 표지

오늘은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방금 찾아보니 2020년에 나온 <노매드랜드>라는 영화가 있다. 책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책이 2017년에 출간되었으니... 영화는 이 책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노마드’라는 표현을 오늘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떠돌이, 뜨내기, 부랑자, 정착하지 못하는 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밀레니엄에 들어선 지금, 새로운 종류의 유랑 부족이 떠오르고 있다. 결코 노마드가 되리라고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여행길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주택과 아파트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바퀴 달린 부동산‘이라고도 일컫는, 밴과 중고 RV, 스쿨버스, 캠핑용 픽업트럭, 여행용 트레일러, 그리고 평범한 낡은 세단에 들어가 산다. 그들은 중산층으로서 직면하던 선택들, 선택 불가능한 그 선택들로부터 차를 타고 달아나는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주거 시설과 교통수단을 둘 다 갖춘 그들은 다른 단어를 쓴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라고 칭한다.


‘노마드’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앎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된다. 아마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 같은 표현으로 접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는 ‘유목민‘으로써도 사용되고 있는 듯 하다. (필자도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로 처음 ‘노마드’를 접했고, 그 때는 제대로 찾아볼 생각도 없이 ‘유목민’으로 받아들였다.)


책에서는 ‘노마드’에 대해 명확하게 뜻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풀이를 통해 독자들이 노마드가 무엇인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해 놓았다.


아직 책을 1/3정도 읽은 상태라 어떤.. 제대로 된 리뷰나 표현을 할 자신은 없지만, 현재까지 읽은 감상으로서는 ‘두렵다.’에 가까울 것 같다. 책 속의 노마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빈곤층이 아니다. 그들은 젊은 시절 월 스트리트에서 일했고 골프 클럽에 집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는 대학의 교수였고 미국을 대표해 외국에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걸프전 참전 용사도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노마드들의 과거가 마치 지금의 우리와 같은 모습이어서, 그들이 노마드가 되었다는 것이 굉장히 두렵게 느껴졌다. 대부분은 2008년의 미국 경제 붕괴, 연금 시스템(401k)의 실패로 집에서 나와 길을 향해야 했던 사람들이었는데, 과연 나라고해서 늙어 죽을 때까지 사회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니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주변에서는 국민연금을 믿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꽤나 많다. 과연 우리가 내는 돈만큼 돌려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그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출산률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우리는 일해야 하는 정년이 점점 더 길어질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이유라고 통계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이유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살아가며 직감하는 것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다.- 연금을 내서 뭐하나? 우리가 내는 연금이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갈 뿐이지 않나? 그런 걱정들이다. 또 직업적 특성상 나는 4대 보험에 포함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인 선택으로 연금을 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참 쉽게 손이가질 않는 부분이다. 당장에 저축해놓은 돈도 몇 푼 안되는데 (프리랜서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눈 앞에서 내 노후를 위해 나가는 돈이 믿어지겠는가. 그렇게 나는 노후대책을 생각도 해본 적도 없이 살고 있는데, 중산층이 노마드가 된다니!


이런 글은 역시 블로그가 어울렸을까, 하는 마음이 슬쩍 차오른다. 멍청이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이라든가 노후 대책을 위해 준비 되어있는 사회 보장 제도들을 우리는 학교 다닐 때 배운 적도 없고, 성인이 됐다고 해서 누가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일해 온 나는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알게 된다는 4대보험과 연말정산도 제대로 모르는데, 내 노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 나를 보며 정말 걱정스러워할까 노파심에 얘기하는데 이것저것 보험류들은 부모님께서 설계해주셔서 실비도 없이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책을 1/3밖에 읽지 못했으니.. 좀 더 읽으면서 내 노후에 대해서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평생을 프리랜서로 살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영원히 지속될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번외로, 책에서 ‘earthship(지구선)’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는데, 버려진 타이어나 고물들을 활용해서 짓는, 전기세와 수도세 등에서 자유롭게 100%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집이다. 신기한 개념이었다! 최근들어 지구의 이상 기후가 계속 되고 있는데... 어쩌면 전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이제 지구가 온난화의 시대를 넘어 끓어오르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글을 읽었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집이 그렇게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시도라도 해봐야 하지 않나. 물론 자본주의의 시대에 돈 벌 길을 포기할 인간들이 없겠지만서도 말이다. 아직까지는 제대로 이 개념들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능하다면 땅을 사서 지구선을 짓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어스백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집을 지은 사람도 있긴 하던데 아직 영상을 다 보진 못해서 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한 생각들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에어컨 아래에서 글을 쓰는 생활이 너무나 안락해서... 전기세 나오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영감을 주는 책인 것 같아서 몇 글자 남겨 본다. 최근에 사무실 출퇴근을 하면서 책을 꽤 꾸준하게 읽고 있는데, 곧있으면 현장 나갈 때가 되어서 이 책이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나머지 책들은 아마.. 일기장에 끄적이는 정도로 기록될 것 같다. 그래도 브런치에 몇 글자라도 남기며 브런치 작가로서 게으르게 살고 있다는 죄책감을 살짝 씻어내게 되어 다행이다. 다 읽고 또 글쓰러 오겠습니다. 확신은 못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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