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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채우는 것과 나를 채우는 꿈

쉬어가기

by 이지

어떤 일을 지속하려면 쉬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 이건 말하자면 불변의 규칙이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도 더 즐겁게, 더 많이 놀려면 숨을 돌려야만 하고,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을 잘하려면 쉬는 시간에 잘 쉬어줘야 하고, 출근해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날 퇴근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물며 헬스장에도 운동할 때도 '휴식'을 운동의 영역에 넣어서 설명할 정도다. 근육이 생기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수라나 뭐라나.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은 이 브런치북의 10화를 기념할 겸 마음을 리프레쉬할 겸해서, 일상에 대한 수기가 되겠다.


나는 요즘 '영어'에 크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 웃긴 건, 막상 영어 공부하기 가장 좋은 학창 시절엔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외고 졸업생인데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게 영어학원이었다. 그 학원에 대해 짧게 요약하자면 단어 시험을 보고 틀리는 문제만큼 맞았고, 틀린 단어를 다시 다 외울 때까지 집에 보내주지 않았으며, 내 실력이 좋지 않다고 사람들이 많은 데서 우리 부모님에게 망신을 주는 원장 선생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영어공부를 안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의 커리큘럼이 어찌어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엔 외고에 진학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솔직히 외고를 가서도 영어를 잘하는 축에는 들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국어를 잘했지. 근데 언어들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영어도 그냥 기본은 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어릴 적 안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잊혔고, 미드와 헐리웃 영화에 절여지면서 영어와는 좀 더 가까워졌다.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영어로 말할 수밖에 없었고, 생각보다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못 느껴서 (진득하게 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니까) 꼭 그렇게 영어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내가 몸담은 업계도 '글로벌 세상'이라는 게 체감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OTT가 들어올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는데.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이제 여기서도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조금 더 우세해졌다. 근데 이제 이력서에 외고 졸업생이라 적힌 나...? 은근히 사람들이 다 기대하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외고 졸업생임을 증명해야 할 일이 없었지만 ㅋㅋ 앞으로는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했달까. 근데 이런 생각을 휴대폰이 읽기라도 했는지 자꾸 인스타 릴스에는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외국인들이 뜨고... 한두 마디 따라 읽다 보니 어느새 휴대폰에 스픽(영어공부 어플) 구독권 결제창이 떠있고... 이런 식이다. 미드 '프렌즈'를 전 시즌 10번은 돌려본 인간으로서 뭔가 쉐도잉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프렌즈'는 온데간데없고 본격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근데 릴스에 계속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여줘서 그런가? 은근히 재밌다. 그리고 스픽에 ai와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그게 재밌었다. 마치 직접 주문하는 것처럼 커피도 주문해 보고... ai한테 관광객 티 내보고... 다 릴스에서 보던 대화들이라 희한하게 현실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좀 영어 공부하는 게 재밌게 느껴져서 남자친구랑 둘이 같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저쪽도 학창 시절에 꽤 공부 잘했던 인간이었는데 최근에 미국여행을 갔다 와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시작하더라고. 둘이 내년에 미국여행을 가자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실 프렌즈 때문이다. 뉴욕!) 내년에 둘이 같이 프리토킹이 가능한 인간으로 거듭나서 즐거운 미국여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재테크랑 크게 관련은 없지만, 책에서 읽었듯.. 필요한 곳에 돈을 쓰고 필요 없는 곳에 아끼는 게 중요하므로 이쪽은 나의 커리어 생존에도, 자존감에도, 즐거운 여행에도 도움이 되니까 아끼지 말아야지 싶다.


또 다른 흥미 있는 주제는 '운동'이다. 예전 글에서 '복근 만들기'를 단기 목표로 잡아봐야겠다고 쓴 적이 있는데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사실 일주일 밖에 안 됐고 이번 주말은 헬스장 문턱도 못 밟아봤지만, 그래도 열심히 실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유는 뱃살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뭐 과체중이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복근이 보이려면 체지방을 빼긴 빼야 한다고 해서 유산소 비중을 많이 늘렸다. 예전에 헬스 한창 다닐 때는 웜업으로 10분 트레드밀 타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근력운동 후 스트레칭 전에 스텝밀을 타고 있다. 그 유명한 '천국의 계단'이다. 천국의 계단을 1분은 4 레벨, 2분은 6 레벨로 3분을 한 세트로 놓고 타고 있는데 15분을 타는 게 목표다. 유튜브에 어떻게 타는 게 효과가 좋은지 검색을 해봤는데 이렇게 레벨에 차등을 두고 타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해서 적용해 보았다. 첫날은 2세트, 즉 6분까지 성공했고 둘째 날은 3세트, 9분을 성공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세트를 늘려가고 있는데 한 5분만 타도 너무 힘들어서... 15분을 성공하게 된다면 얼마나 체력이 늘까 얼마나 체지방이 빠질까 막 기대가 된다. 처음 탄 날은 웬 천국의 계단 고수가 옆에 있어가지고 두 계단 씩 오르고 계단 오를 때마다 다리를 쭉쭉 뒤로 뻗으며 화려하게 타시는 바람에 꽤나 위축되었었는데 ㅋㅋㅋ 지금은 옆 사람이 뭘 하는지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 마냥 힘들다 ^^ 복근 운동은 유튜브에 '카즈하 복근 운동'이라고 검색하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하루 10분이면 복근이 나온다고 해서 따라 했다가 삼도천 근처까지 갔다 왔다. 안 쉬고 10분 해내는 선생님이 진짜 대단하고 (끊어 찍은 것 같지도 않다...!) 선생님이 너무 우아하고 쉽게 하셔서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긴 한데,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게 따라한 다음 날은 웃기만 해도 배에 근육통이 느껴진다. 복근이 정말 만들기 어려운 근육이라 하루도 쉬지 않고 복근 운동을 해야 한대서... 헬스장 가는 날은 마지막 스트레칭 단계에 꼭 복근 운동을 하고, 헬스장 안 가는 날은 유튜브 틀어놓고 따라 하고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5월쯤엔 복근의 윤곽이라도 잡히는 건데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 다른 일들은 계획 잡을 게 많은데 운동은 그냥 냅다 하면 돼서 좋다. 원래 글 쓰다 답답하면 헬스장으로 뛰어가는 게 루틴이었어서 막상 헬스장 가면 아 무슨 운동하지 고민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일단 '복근'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냅다 뛰쳐가도 그래 일단 유산소 하고... 하면서 정리가 쉽게 된다. 스트레스가 좀 더 줄어든 느낌?ㅎㅎ 그리고 유산소 비중을 늘렸더니 러너스 하이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어서 운동을 갔다 오면 확실히 기분이 좋다! 다시 글 쓸 힘도 난다. 뭔가 체력만 느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이어갈 지구력도 같이 느는 것 같다.


그 외에는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보았고, 선물 받은 책을 읽기 시작했으며, 휴대폰으로는 '피크민'과 광고 때문에 너무 불편하지만 끊을 수 없는 'cake sort'를 열심히 하고 있다. 친구가 요즘 '던전 앤 파이터' 게임이 다시 유행한다고 해서 그것도 미리 컴퓨터에 깔아 두었다. 그러면서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오랜만의 백수생활을 즐기며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 동료들을 만나며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요즘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남자친구와는 '이혼숙려캠프'를 보며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재테크에 관련해서도 꾸준히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여전히 시드머니를 마련하는 단계인데 수입이 끊긴 탓에 절약 정신이 투철해지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타파할지도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재테크와 관련한 생각들이 골머리를 앓게 하는 통에 점점 마음이 힘들어져서 괜스레 '재테크 성공해서 돈 많이 생기면 뭐 하지'를 생각하게 되는데, 결국에는 뭘 사겠다 이런 것보다는 여유롭게 살면서 행복하자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그걸 생각하면 좀 힘이 난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운동으로 건강한 몸도 만들어서, 그 행복을 더 글로벌하게 그리고 더 오래 누려야지. 여행도 많이 가고 통장에서 나오는 여유로 외국인과의 대화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으면 한다. 몸이 건강하니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기도 좋겠지! 이 모든 게 내 행복을 위한 투자고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그래서 가끔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재테크를 공부하고 계신지? 돈이 많아지면 뭘 하고 싶은지,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함께 가는 사람들 각자의 사연이 궁금한 요즘이다. 날이 추웠다 따뜻했다 기승인데 건강 잘 챙기시고, 모두의 하루가 최고는 아니어도 안녕한 날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꿈을 향해 재테크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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