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저도 스스로 너무 정리가 안 되어서 그만
6월 13일 새벽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 핵 시설을 포함한 주요 군사시설들을 목표로 타격이 시작되었고 주요 인물들 여럿이 사망했으며 수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이후 미국과의 설왕설래가 있었고 이란은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정부는 실제로 이스라엘에 공격을 감행했고 또 한 번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15일이니 고작 사흘 동안의 일이다.
중동의 정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어떤 배경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원래는 친밀한 관계였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이란은 중동에서 두 번째로 그들을 국가로 인정했다. 서로 무기와 석유를 주고받으며 이스라엘에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함께 구축하기도 했다. 그런데 1979년 이란 혁명이 발생하면서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건국 때 이란에서 집권하고 있던 왕조는 팔라비 왕조였는데, 그들은 서방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당시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도 착용하지 않았고 나라 전체가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에 반발하는 호메이니의 세력들이 들고일어났는데 여기에도 여러 역사적인 사유들이 있었다. 반개혁파, 전통주의자, 근본주의자들을 흡수한 호메이니 세력은 혁명을 일으켰고 팔라비 왕조를 몰아내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그로 인해 이란은 신정주의 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한 것이다. 팔라비 왕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망명을 갔는데, 이를 미국이 받아들이면서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단절되었고 이란은 미국을 '거대한 악마'라고 칭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 또한 '작은 악마'라고 일컬으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여기까지가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얕은 정리이다.
깊게 파고 들어가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문제가 등장한다. 아주 먼 옛날 이스라엘은 솔로몬이 죽은 후 쇠퇴한다. 여러 고초를 겪은 유대인들이 50년이 지나 다시 돌아와 나라를 재건하는데 결국에는 로마 제국으로 인해 멸망하고, 여러 나라로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다. 흩어진 국가에서도 주류 사회에 편입하는 대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킨 이 유대인들은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반유대주의에 의해 억압받고 학살당하기까지 하며 겨우 명맥을 이어온 유대인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금융계 등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과 유대인들에게 이중계약을 한다. 오스만제국을 밀어내면 팔레스타인 영토를 주겠다고 서로에게 약속을 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약속을 믿은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영토로 이주하는데, 그때만 해도 팔레스타인인들의 수가 더 많아서 불안하기는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했고,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었다. 서방의 여러 국가들이 유대인 국가가 탄생하는 것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결국 1947년 UN이 팔레스타인을 유대 국가와 아랍국가로 분할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동의 여러 아랍 국가들이 반발하였으나 이스라엘이 그 전쟁에서 이김으로써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한 다. 이후 우리가 잘 알고 있듯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만이 팔레스타인으로 남고, 로마제국에 의해 멸망한 지 2000년 만에 유대인들만의 국가가 부활했다. 이후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내부의 반이스라엘 단체들, 그리고 아랍 국가들 내부의 반이스라엘 단체들이 생겨났고,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관계를 지닌 이란이 그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그림자 전쟁을 치렀다. 그게 24년도에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것을 계기로 직접적인 충돌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 이란의 핵개발은 분명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이번 25년 6월에 공습이 일어났다고 보인다.
23년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기억한다. 가자 지구의 참혹한 모습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아마 아직까지도 복구 중일 것이고, 전쟁 전의 모습으로는 당분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당시 SNS를 타고 세계에 중계된 가자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왜 국제 사회는 이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6월 공습으로 이들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참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이 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미국 또한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하면서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려 하는 것 같다. 글로벌 시대라고는 하지만 역시 자국의 이익이 타국의 아픔보다 중요한 것인가 싶어서 마음이 쓰리다. 이스라엘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유대인들이 너무나 오랫동안 아픈 역사에 시달려왔음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고국 땅에서조차 제대로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고, 주변 국가들과 반이스라엘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으며 또 한 번 고된 역사를 되풀이했으니 얼마나 세상이 원망스러웠을까 싶다. 그럼에도 그게 모든 것을 합리화해주진 않는 것이,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대물림하고 있지 않은가. 이 모든 분쟁의 시작이 영국이라는 데서 분노를 안 할 수가 없고... 참 역사적으로 서방국들은 너무나 많은 나라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신대륙 발견이니... 원주민 학살이니... 식민 지배니... 굳이 읊지 않아도 말이다. 그리고 또 정말 지겹게도... 미국과 러시아라는 거대한 강대국에 전 세계의 역사가 끼어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미국은 이스라엘을, 러시아는 이란을 지지했다. 어째서 그들은 모든 곳에 빠짐없이 등장하는지... 물론 우리나라에 어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들이 우리 편을 든다면 분명 든든할 테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고... 세계 정세라는 건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재테크 브런치 북이라면서 갑자기 중동의 역사에 대해 왜 읊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것 또한 나와 뗄레야 뗄 수 없기 때문이겠다. 내가 그들의 역사를 알고 그들을 안타까워하거나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일이다. 이스라엘 국민들, 이란 국민들, 팔레스타인 국민들, 그리고 접경지역 국가들의 국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고 아프지만, 그들을 국민이 아니라 '국가'로 본다면 사실상 내 의견은 필요가 없다. 내 개인으로서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앞으로도 열심히 지켜보며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으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로서는 내 의견이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 등의 거대한 서방국과의 관계, 중동 국가와의 관계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그들의 분쟁이 너무나 오래된 분쟁이기에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이러한 분쟁과 전쟁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한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말이다.
재테크의 측면에서 말해보자면 우선은 뉴욕 증시가 하락했고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지수가 떨어진 것이다. 중동이 아무래도 세계 석유 공급의 핵심 지역이기에, 그들의 움직임이 유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주, 방산주는 올랐고 항공사 주가는 유가상승 부담과 승객 감소 우려에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출범 이후 7 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국내 증시가 꺾였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은 하락했고, 방산주는 폭등했다. 석유 관련주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도 하락세를 맞았다. 그런 한편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금값과 달러 가격은 올랐고, 역시나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코인 등은 하락세를 맞았다. 전쟁은 예측할 수 없기에 이후에 어떻게 변동이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다. 실시간으로 정신 차리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방산, 유틸리티, 에너지가 아직까지는 조망받고 있다. AI주는 전통적으로는 테크주 혹은 성장주, 기술주가 맞지만, 디지털 유틸리티화가 일어난다면 '유틸리티'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까운 세대로서 디지털 유틸리티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이 되기에...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내 포트폴리오가 멸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고.
이미 한 문단을 내내 적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재테크 얘기를 하는 게 참 어렵다. 개인적으로 이 비참한 인류사를 듣자마자 누군가 주식, 코인 등에 대한 얘기를 곧바로 꺼낼 때 정말 비인도적이라고 느꼈다. 한 국가가 전쟁을 선포할 때 모든 국민들이 그에 동의할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전쟁의 참혹함은 그 국민들에게 직격탄으로 떨어지니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참혹함을 견디고 있는 인간들을 내버려 두고 개인의 돈문제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아주 솔직하게 이 소식들을 접한 후 내 생각의 흐름을 적어보겠다.
우선 국민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오늘 우리 집에, 혹은 내 옆집에 미사일이 떨어질 거라고 정확하게 알고도 자기 방 침대에 눕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말이다. 얼마나 참혹할까, 얼마나 무서울까, 얼마나 괴로울까.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 영토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겠는가? 일개 개인으로서 그냥 빨리 죽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을까? 날아오는 게 그냥 미사일일지 핵미사일일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날아오는지도 알 수 없고... 인프라가 파괴되고 내 주거지가 사라졌을 때도 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까? 살아있을지 죽었을지 아니면 걷지 못할지 앞이 보이지 않을지 그 수많은 경우의 수 앞에 막연히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또 국민으로서, 민족으로서의 나는 나를 희생해서라도 얻고자 하는 대의가 있을지 모른다.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을 생각해 보면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들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대신 국민으로서, 민족으로서 존재하기로 선택했던 건 아닐까 싶다. 도대체 거시적인 역사에 휘말렸을 때 인간은 개인과 국민 혹은 민족으로서의 정체성 중에 뭘 선택해야 하는 걸까? 나는 거기서 옳은 선택을 해낼 수 있을까? 당장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집이 무너지는데 뭐가 옳을지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은 비참한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 가정은 그저 가정에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고 말이다. 개인이 어떤 국가나 민족을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역사는 계속 대를 잇는 걸까? 어디든 일단 태어나면 그 국민이, 그 민족으로 섞여 살아가기 때문일까? 국가와 민족을 떠나 적대국의 사람과도 개인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관계는 어째서 확대되지 않을까? 그들은 상대를 오로지 개인으로만 사랑하는 걸까? 그 사람의 국가와 민족의 역사마저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이 오로지 개인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거라면, 국가와 민족의 역사에 얽매이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를 증명하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그것과는 또 별개다. 현대의 개인이니 과거의 역사에 개입을 하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과거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개인은 국가, 민족, 종교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을까? 등등... 한참을 이렇게 내내 인도적인 차원의 고민들을 하다 보면 내 안의 비인도적인 면이 고개를 든다. 어차피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면 이제 어떻게 하지? 잠깐만, 내 주식은 어떻게 되었지? 코인은? 아 생각해 보니 유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등등...
그래서 주식, 코인 등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타인을 비난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나보다 비인도적인 면이 고개를 드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결국에는 나도 그쪽으로 귀결되는 별 수 없는 현대인이기에 말이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글로벌 정세가 나의 먹고사는 문제와 맞닿아있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재테크'라는 건 돈이 너무 많아서 심심해서 하는 사치 행위가 아니고, 인간은 늘 자신의 작은 상처가 남의 커다란 상처보다도 중요한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말이다. 다만 인간은 또 아주 복잡한 개체이므로 내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함과 동시에 이란과 이스라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혹함에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반응도 할 수 있다. 그 부분을 절대로... 빼먹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내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반응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만은 그럼에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건 또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오늘 쓰는 이 글이야말로 정리가 안 된 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혼자서는 차마 해결이 안 되어서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쨌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얼른 전쟁이 정리되고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찾길 바란다. 전쟁이 3차 세계대전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의 누구나 자신의 평화로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거대한 역사에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차마 찾을 수 없는 답을 누군가는 찾아내길 소망한다.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기 마련이니까. 우리 인류의 역사가 늘 조금이나마 좋은 쪽으로 발을 내딛기를 바라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전쟁 상황을 주시할 것이고, 세계정세가 어디로 흐르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그것은 내 재테크 현황과도 계속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인도적인 나와 비인도적인 나 중에 뭐 하나 버릴 수가 없어서 다 짊어지고 가기로 했다. 내내 왔다 갔다 하며 어떻게 또 살아 보다 보면 옳은 게 무엇인지 알게 되겠거니 한다. 너무나도 정리가 안 된 글을 보이게 되어 민망하지만 또 하나의 개인인 인간으로서 이 외에 더 대단한 정리를 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용감히 발행버튼을 눌러본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