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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워요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by 이지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한 주 동안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를 폭격하고 요격했다. 제4차 중동전쟁 이후로 전쟁이 끊어진 적이 없어서 다음 순번을 안 매기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 정도면 새로이 제5차 중동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혹은 제3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올랐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종전하지 않았는데 이미 서막은 올라 있었던 건가?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G7 정상회의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이란은 테러의 원천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G7이 이제 전범국가 연합회가 된 것 아니냐는 조롱이 돌았다. 개인적으로도 영국이 이런 식으로 말을 얹어도 되나 싶긴 했다. 미국인의 60%가 이스라엘-이란 전쟁 개입에 반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가 자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이란 국민들은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이 소식 중에 테헤란 피난길 사진이 공유되었는데,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을 공격하고 트럼프가 테헤란을 떠나라고 한 뒤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수도에 '테헤란로'라는 길이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그 피난길 사진에 마음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도 이란과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및 그 가족들을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한 후에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UN이 크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후 국정 현안과 중동 전쟁의 불안이 커지면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반려했다. 추미애 의원도 미국의 무력 사용에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란 의회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원유 수송로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생산량의 약 20%에 이르는 하루 2천만 배럴의 석유가 지나는 통로로, 실제 봉쇄하면 세계 경제를 공황 상태로 빠뜨릴 수도 있다는 평을 받는다. 대형 유조선이 지나려면 대부분 이란 영해를 지나야 해 이란이 사실상 해상을 통제하고 있는 곳이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전면 봉쇄한 적은 없는 해협인데, 현재 의회는 봉쇄를 의결한 상태고 최종 결정은 최고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릴 것이라 공표했다. 미국은 테러 위협 '경보'를 발령했다. 9.11 테러를 겪었던 뉴욕은 '최고 경계 상태'에 들어갔다. LA에서는 '대이란 전쟁'과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내가 이전 글에서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했듯,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것 같다. 세계가 반으로 갈라지고 있는 중일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태어난 사람이라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쯤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렇게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처음인지라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책임자 중에 눈깔돈 놈이 하나라도 있다면 충분히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나 싶고... 마음이 복잡하다. 세계대전까진 안 가더라도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미 전쟁 중이고 후대에도 전쟁으로 기록될 텐데 이런 걱정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다. 이렇게 복합적이고 크고 아픈 일들에서는 오로지 원론적인 해답밖에 생각해 낼 수 없는 내 머리가 슬프기도 하고...


나의 이익에 반하는, 나의 사상에 반하는 혹은 나에게 적대적인 타인과의 공존은 역시나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까? 각각을 국가가 아닌 개인으로 치환해서 생각했을 때도 말이다. 사람들과의 커넥션이 과잉되어 있는 이 사회에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거나 인정하는 공존은 그저 꿈같은 것일까? 아니면 비난과 공격도 공존의 한 이름일까? 하지만 분명 나의 이 질문들도 전쟁에서 어쩌면 살짝 빗겨나가 있는 제삼자의 시각이기에 폭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죽어도 공존할 수 없을 만한 역사가 있다면, 그 역사를 알지 못하는 제삼자는 입을 다무는 게 맞을까? 그렇지만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의 분쟁이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그럼 제삼자도 입을 열 권한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제삼자의 발언이 지금처럼 더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권한을 주는 게 맞을까? 이렇게 모든 것들이 얽히고설킨 시대에 책임자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을 내어주고 그의 인간성에 모든 걸 맡기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 지금 각 국가의 책임자들이 다른 사람이라면, 훨씬 더 평화주의자인 책임자들이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글을 쓰면 정리가 좀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물음표만 점점 늘어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대해 자기 입장을 잘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생각을 하다 하다 도무지 정리가 안 돼서 재테크로 눈을 돌렸다. 최근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즉 UNH을 한 주 샀다. $303 미만으로 떨어질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또 살짝 오르길래 $304.50에 한 주를 샀는데, 다음 날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면서 $298까지 떨어진 걸 보고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그래도 애널리스트 목표가가 300 중 후반대 ~ 400달러까지 오르는 걸 보면서 그래... 그래도 싸게 샀어... 하고 위안했다. 최근에 '방산주를 샀어야 했는데' 같은 말을 많이 듣는데, 나도 똑같다. 물론 주변에 미리 방산주를 사놓은 사람들은 35%에 가까운 수익을 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그냥... 솔직한 마음으로는 미리 방산주를 사놓았다면, 그리고 그게 올랐다면 수익을 봤어도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서 수익을 얻는다니. 1차, 2차 세계대전 때 전쟁 당사자 국가들에 무기를 팔아먹은 놈과 내가 비슷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물론 방산주로 수익을 보신 분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스스로 그렇게 느꼈을 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죽는 사람이 있는데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익을 얻는 게 나에겐... 용납되기가 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멍청해 보일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다 알지만! 그냥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코인은 여전히 하락세고 그나마 국장이 잘 흘러가나 했는데 네이버나 카카오를 구매한 적 없는 나로서는 살짝 애매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샀으니까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때인 것을 알면서도 부러운 건 어쩔 수가 없었고 말이다. 6월에 $50 정도의 수익을 내보겠다고 했었는데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일단 뭔가 예측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


다들 이 어지러운 정세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뉴스에 관심이 없거나 일이 너무 바쁘거나 하면 미국이 미사일을 날렸는지 어쨌는지 모르고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럴 땐 그런 게 더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그런 상황이라 불안하지 않다면 다행이고, 나와 같이 뉴스를 팔로우 업하며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그 불안을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주식 차트를 보다가 뭔가 이상한데? 하고 이미 확인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들 이 상황들을 어떻게 타개해 가며 살고 있을까? 내가 잠든 순간에, 혹은 내가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순간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죽고 다치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는 게 참 믿기지가 않는다. 훗날 역사책에 2025년이 어떻게 기록이 될는지, 다 지나 봐야 알겠지만 궁금한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이후에 펼쳐질, 언젠가 역사로 기록될 사건들이 궁금하면서도 조금은 더 평화적이길, 조금은 더 극으로 치닫기 않기만을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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