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어진 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 Jan 19. 2022

연남동 라이프 #1

의식의 흐름대로

개인적으로 어떤 유명인을 그다지 좋아해 본 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두 분에게 꽤나 깊이 빠지게 되었다. 한분은 소통강사 김창옥님이며, 다른 한분은 오은영박사님으로 두 분이 한창 유명세를 떨칠 때는 괜히 시큰둥하다가 요즘 들어 김창옥님은 유튜브로, 오은영박사님은 넷플릭스로 정주행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과 그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특히 김창옥님의 강의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너무 감정이입이 돼서 혼자 웃기도 하고, 가슴 찡해지기도 하며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를 속으로 계속 되뇌인다. 나이를 한두 살 더 먹고, 생의 중반기를 지나가며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점점 더 모르겠다'라는 점이다.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무언가 좀 더 선명하거나 확실해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음에도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 때, 혹은 앞으로 내가 지불해야 될 커다란 댓가들을 떠올릴 때면 두려움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는 한다. 


사람마다 각자가 살아가는 양태는 모두 다르겠으나 그럼에도 어느 한 지점에 있어서는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누구라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나 응원, 격려를 받고 싶어 한다든지.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던지.(혹은 비혼인 사람들이라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고 싶은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거스를 수 없는 보편적인 감정들이 누구에게라도 있을 텐데 사실 요즘처럼 이런 세상(?)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진 것만 같다. 






어쩌다 보니 연남동이라는 핫플레이스에 자리를 잡고 일터로 삼은 지도 3년이 넘었다. 후지필름 디지털카메라의 공식대리점으로 2년, 그리고 복합문화공간 겸 스튜디오(a.k.a 맨케이브)로 1년의 시간을 보내며 처음 연남동이라는 바이브가 주는 기대감은 이제 그냥저냥 무뎌졌지만 조금 더 편안한 내 공간(물론 임대..)같은 느낌은 더 커진 듯하다. 


여느 핫플레이스처럼 연남동도 회전이 빠른 곳이다. 어제 있던 가게가 문을 닫고 철거공사를 시작하더니 며칠 내로 뚝딱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들어서면 어떻게 알았는지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놀라운 속도감을 보여준다. 하나같이 세련된 디자인에 최고급 커피머신, 힙한 외모의 바리스타들이 비슷한 커피와 비슷한 디저트를 팔면 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서 괜히 나 혼자만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주변인이 된 듯한 이질감은 어떻게 해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카페가 많지만 정을 붙이고 단골손님으로 찾아가서 카페 주인장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점이 가장 아쉽다. 이런 기대를 한다는 거 자체가 사치임을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내가 꽤 오래 머무는 지역과 공간에서 친구 혹은 동지애를 지닌 자영업자 모임 하나 만들지 못한 건 참 슬픈 일이다. 작년에는 누군가를 새로이 만나 관계를 쌓아가는 행위 자체에 너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던 터라 더 꽁꽁 싸매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래도 바로 근처에 에스프레소 Bar가 최근에 하나 생겨 슬쩍 가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고 오기가 참 좋다. 비록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어주면 한입에 털어 넣고 '잘 마셨습니다' 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넨 뒤 도망치듯 쓱 빠져나오는 게 여전히 어색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새로운 즐거움이니 생각난 김에 이제 커피 한잔 마시러 가야지. 



Pfiff.espresso bar / Leica M10-D


매거진의 이전글 이미 만들어진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