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괜찮지 않아도 되는 밤

by Helia

아주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날 밤,
누구도 괜찮아지지 않을 거라는 걸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말랑숲의 밤은 늘 그렇다.
무언가가 터지는 순간보다,
터지고 난 뒤에 남은 시간을 더 오래 붙잡는다.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감정이 쌓이고,
말 대신 숨이 먼저 무거워진다.
달빛은 밝히기보다는 눌러 덮듯 내려와
숲 전체를 낮은 온도로 식히고 있었다.
여우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은 거의 사라졌지만,
잔의 온기는 아직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손가락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괜찮지 않아도 되는 게요,”

여우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미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마주 보는 대신,
같은 공기를 견디는 쪽을 택한 자세였다.

“괜찮지 않으면,”

여우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동안은… 괜찮은 척만 하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거든요.”

여우의 꼬리가 바닥을 스쳤다.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
말이 너무 오래 안쪽에 머물러
몸이 먼저 반응한 것처럼.

“사람들이 묻지 않기 시작했어요.”
“괜찮냐고, 힘들진 않냐고.”
“그리고 그게 처음엔… 너무 편해서,”

여우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 사이, 공기가 한 겹 더 내려앉았다.

“나중엔,”

여우가 아주 낮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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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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