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던 날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서 나는 웃고 있었다. 딱히 기분이 좋아서도, 웃을 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무난한 얼굴을 골랐을 뿐이다. 괜찮아 보이는 얼굴, 더 묻지 않아도 되는 얼굴. 그 표정이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그렇게 웃었다. 그리고 그날도 역시, 나는 괜찮지 않았다.
“요즘 어때?”라는 질문은 언제나 가볍게 던져진다. 인사처럼, 습관처럼. 나는 그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웃는 법을 먼저 배웠다. 괜찮다는 말은 생각보다 빨리 입에 붙는다. 잠깐의 틈도 주지 않으면, 상대는 더 묻지 않는다. 그게 좋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감정을 꺼내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정리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웃음은 그렇게 나의 임시방편이 되었다.
사람들은 웃는 사람을 걱정하지 않는다. 웃고 있으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잘 지내는 사람에게는 굳이 깊은 안부를 묻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웃음을 유지했다. 회의 자리에서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 앞에서도, 메시지 끝에 붙는 이모지 속에서도. 웃음은 관계를 매끄럽게 만들었고, 분위기를 흐리지 않았으며,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남겨두었다. 대신 그 대가로, 괜찮지 않다는 말을 할 기회를 하나씩 잃어갔다.
괜찮지 않음은 늘 조용했다. 울음처럼 터져 나오지도 않았고, 분노처럼 표정을 망가뜨리지도 않았다. 그냥 하루가 끝날 즈음, 아주 낮은 온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고, 불을 켜지 않은 채 잠시 서 있을 때. 그때서야 몸이 먼저 알아챘다. 어깨가 내려앉고, 숨이 짧아지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지쳐 있었다. 낮 동안 웃으며 지나온 장면들이 떠올랐다. 나는 분명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 안에 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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