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아침이 먼저 시작된 날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던 시간

by Helia

… 이미 순서가 넘어가고 있었다.

루네는 문 앞에 서 있는 소년을 잠시 바라봤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소보다 생각이 한 박자 더 걸렸다. 이런 식의 방문은 드물었다. 없는 건 아니었지만, 늘 같지는 않았다. 오늘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들어와요.”

루네가 말했다. 소년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찬 공기가 끊겼다. 공간이 갑자기 조용해진 건 아니었다. 대신 소리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불필요한 잡음이 빠지고, 안쪽의 리듬만 남았다.
포노는 소파 위에서 몸을 풀며 내려왔고, 쿼카는 찻잔을 하나 더 꺼내다 잠깐 손을 멈췄다. 그 멈춤은 아주 짧았지만, 루네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오늘은 찻잔이 하나 더 필요한 날이었다.

“거기 앉아.”

포노가 소파를 턱으로 가리켰다.
소년은 소파 끝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깊게 기대지는 않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두고, 등을 곧게 세웠다. 아직 자리를 맡기기 전의 태도였다. 쿼카는 그 모습을 한 번 보고, 아무 말 없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루네는 주방 쪽으로 가 주전자를 올렸다. 오늘 준비해 둔 허브차였다. 향이 강하지 않고, 긴장을 더하지 않는 차. 찻잔에 김이 오르는 걸 확인한 뒤, 소년 앞에 내려놓았다.

“뜨거워요.”

“천천히 마셔요.”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은 질문을 미루는 시간이었지, 피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쿼카는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고, 포노는 바닥에 앉아 꼬리를 말았다. 루네는 소년 맞은편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아까,”

루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했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도?”

“네.”

대답은 짧았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루네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왜요?”

소년은 찻잔을 내려다봤다. 김이 조금 가라앉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숨을 고르고, 말을 꺼내려다 잠깐 멈췄다. 아주 짧은 정적. 완벽한 대답을 고르는 시간은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얼굴이었다.

“별사탕 우체국에,”

소년이 말했다.

“요즘 일손이 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누가요?”

쿼카가 물었다.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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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못한 마음을 글로 쌓습니다. 기억과 계절, 감정의 결을 따라 걷는 이야기꾼. 햇살 아래 조용히 피어난 문장을 사랑합니다." 주말은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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