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잠든 곳에서

서문| 사라짐에 관하여

by Helia

사람은 사라지고, 기억은 남는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사라진 사람은 더 선명해진다.

이 이야기는 나의 것이자, 누군가의 것이기도 하다.
너무 오래된 이별은 말 대신 침묵으로 전해지고, 너무 깊은 그리움은 언젠가 잠잠한 파도가 되어 내 안에서 밀려왔다.

나는 그를 사랑했었고, 그 사랑이 나를 부순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때의 나로 인해 지금의 내가 살아남았다는 걸 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한 사람의 온기가 시간이 지나도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 안에 남아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른 얼굴로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