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

어쩌면, 내가 제일 마지막에 알아버린 그 마음

by Helia

세상이 조용히 기울던 날, 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다. 봄이 오고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겨울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했다. 처음 들었던 그 순간, 한 문장이 가슴을 통과해 갔다.

> “참 야속하지, 그때는 몰랐던 이야기.”

이 노래는 헤어진 연인을 추억하는 노래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깊다. 누군가의 진심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사람의 후회, 혹은 그 ‘늦음’을 견디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나만 몰랐던 게 있다.
모두가 아는 듯한 진실 앞에서, 나 혼자만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나는 그 작은 떨림을, 그 미세한 눈빛을, 그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지 못했던 걸까.

누군가는 말했었다.
사람의 진심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묻어난다고. 특별한 말보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의 반복 속에 담겨 있다고. 그런데 나는 그 평범한 순간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그가 웃어준 것, 말없이 기다려준 것, 나 대신 사소한 일들을 챙겨준 것. 그 모든 것들이 다 ‘마음’이었다는 걸… 정말이지, 나만 몰랐던 이야기였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편지 같았다. 오랫동안 꺼내지 못했던 진심이, 그 노래에 실려 흘러나왔다.
그렇게 나는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놓쳤던 마음들. 그리고 이제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들.

한때 나는 그 사람의 무심함을 원망했다.
왜 아무 말 없이 사라졌는지, 왜 끝까지 나를 붙잡지 않았는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붙잡지 않았던 게 아니라, 붙잡을 수 없었단 걸. 나는 너무 늦게 그 마음을 이해했고, 그 사람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던 거다.

사람들은 종종 너무 늦게 이해한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 그 마음이 얼마나 깊었는지. 누군가가 흘렸던 말 없는 눈물이, 사실 얼마나 큰 울음이었는지. 그리고, 그때 그 사람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이유의 이 노래는 그런 후회의 순간들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드러내지 않고, 다그치지 않으면서. 노랫말 하나하나가 너무나 솔직해서, 차라리 내 속마음을 누가 그대로 옮겨 적은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 “그때는 정말 몰랐던 이야기
너무 늦게 알게 된 이야기”

이 구절은 마치 고백처럼 다가왔다. 내가 모른 채 지나쳤던 모든 순간들에 대한 사죄처럼.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늦은 ‘감사’처럼.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눈을 좀 더 들여다볼 텐데. 그가 건넸던 말 없는 위로에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흘려줄 수 있을 텐데. 무엇보다, 그가 사라지기 전에 붙잡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인생에는 되감기 버튼이 없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야 배운다. 그리고 그 배움은 항상 아프다. 때로는 고통스럽게, 또 때로는 너무 늦게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슬픔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후회의 감정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 노래는 말한다. 다음에는 좀 더 잘 알아채기를. 다음에는 조금 더 귀 기울이기를.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서 먼저 울음을 읽을 수 있기를.

그렇게 보면, 이 노래는 ‘후회의 노래’가 아니라 ‘성장의 노래’ 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때는 몰랐던 표정, 차마 하지 못한 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그렇게 사라져 버린 마음들.

아이유의 노래가 들려올 때마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어설프고, 미숙했고, 감정을 말로만 다룰 줄 알았던 시절. 그 시절 나는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읽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노래는 끝나고, 봄이 다시 온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봄이 다르게 느껴진다.
더 이상 들떠 있지 않고, 더 조용히 주변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마음이 내게 머무를 때,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귀 기울인다.

그리고 다짐한다.
이제는, 누구의 마음도 “나만 몰랐던 이야기”로 남기지 않겠다고.

그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이 노래는 마치 늦은 편지 같아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전한다.

“그때는 몰랐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웠어.
내가 너무 늦게 알아서, 너무 늦게 너를 그리워해서,
그 모든 게 다 미안하고, 고마웠어.”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건,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유의 '나만 몰랐던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나를 자라게 한다.
그 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조금 더 느리고, 더 따뜻하고,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마음을 뒤늦게야 알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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