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나
[성형 시술 후, 두 시간 만에 노인이 된 여자.
그리고, 모든 것을 잃은 사진작가 아진.
존재가 삭제된 이들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한 때 잘나가던 사진 작가 아진. 광고계와 예술계를 넘나들며 그 이름 석자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는 충분했다. 카메라 셔터가 눌리는 순간마다 화보가 예술이 되었고, 셀럽들이 그녀의
스튜디오를 줄지어 예약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시절은, 단 하루만에 박살났다.
회식자리에서였다. 술에 취한 아진이 선배에게 "이제 그만 내려오라" 고 말한 장면. 다소 과격했던
말은, 다음 날 온라인 기사에선 '폭언과 폭행', '후배 작가의 갑질'로 포장됐다. 찍힌 사진 몇 장과
편집된 영상 클립, 몇몇 악의적 증언이 얹어졌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중은 이미 판단을 내렸고,
대형 기획사와의 계약은 순식간에 파기됐다. 위약금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고, 언론과 루머, 댓글은 그
녀를 철저히 짓밟았다.
3개월, 아진은 집 안에서 나가지 않았다. 매일이 흐릿했고, 기면증 증세까지 겹쳐 몸도 마음도
무너졌다. 문득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번 가보지 않을래? 사람 구하던데." 주소는 반지하 민간 조사 사무소. 반쯤 장난처럼 시작된
면접이었지만, 어찌어찌 일자리를 얻게 됐다. 탐정이라니. 자신과는 거리가 멀 것 같던 단어였다.
첫 의뢰인은, 갓 스물 후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아니, 목소리는 젊었으나 얼굴은
달랐다. 주름이 깊고, 윤기 없는 흰머리가 성글게 엉겨 있는 얼굴은 누가 봐도 70대 이상의
노인이었다. 아진은 처음엔 메이크업을 의심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상상 이상이었다.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으러 했어요. 간단한 리프팅이었죠. 마취 주사를 맞고 깼는데,
두 시간이 지났대요. 그런데.... 제 얼굴이 이 꼴이 되어 있었어요."
의뢰인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꺼냈다. 보정 없는 생얼의 셀카. 뚜렷한 이목구비와 탱탱한
피부, 웃음기 어린 스무 살의 얼굴이 있었다.
지금의 그녀와는 전혀 닮지 않은 얼굴. 하지만 사진 얼굴이 분명 본인이라며, 제발 본래 얼굴을
되찾아 달라고 애원했다.
더 황당한 건, 그 성형외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인테리어도 같았고, 의사도 같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시술기록도, 예약 내역도, CCTV 영상도 없었다.
마치 그녀는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아진은 이 기묘한 사진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수
상한 의뢰가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그녀 역시, '기억 속에서 지워진 사람'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