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노인의 얼굴을 한 그녀

그녀는 젊었다, 어제까진.

by Helia

마취에서 깨어난 그녀는 낯선 얼굴을 마주했다.

어제까지 20대였던 그녀, 거울 속엔 80대 노인이 있었다.

진실은, 수술대 위에서 시작되었다.



"시술은 분명히 오전 10시였어요. 그런데 깨어보니 시계는 1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죠.

고작 두 시간이 흐른 거예요. 그런데 제 얼굴이......"


그녀는 고개를 떨궜다. 손등으로 가린 얼굴 아래로, 깊게 팬 주름과 검버섯 자국들이 비쳤다.

피부는 칠순 노인처럼 늘어져 있었다.


아진은 메모를 멈추고 조용히 물었다.


"그 병원에서 당신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죠?"

"네. 접수받았던 간호사도, 상담해 줬던 원장도 다.... 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제가 거기 있었다는 흔적도 싹 지워졌고요."


그녀가 건넨 진료 예약 메시지, 결제 내역, 병원 위치 정보까지 모든 게 명확한데 병원 쪽

에서는 그녀의 존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아진은 그날 오후, 의뢰인이 말한 성형외과로 향했다.

모던한 대리석 외벽과 거대한 유리문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병원 내부는 청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었고, 복도마다 설치된 CCTV가 눈에 띄었다.


"혹시 지난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내원한 환자 기록 확인 가능할까요?"


아진은 리셉션 데스크의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


"그 시간대엔 시술도 예약도 없습니다."

"그럼 CCTV 기록이라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혹시 착오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죄송하지만, 내부 방침상 외부인에게는 영상 공개가 불가합니다."


말은 공손했지만 태도는 분명히 단절돼 있었다. 의뢰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에선

무언가 조직적인 은폐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원 외부를 돌며 출입구 CCTV 위치, 휴게 공간 동선, 뒷문 상황까지 점검하던 아진은,

뒤편 쓰레기장 근처에서 반쯤 찢어진 예약표 한 장을 발견했다. 거기엔 의뢰인의 이름이 있었다.

의뢰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최소한 여기까지는 그녀가 말한 바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아진은 종이 한 장을 조심스레 접어 가방에 넣었다.


"기록은 사라질 수 있어도, 흔적은 어딘가 남기 마련이지."


자신에게 되뇌며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의뢰, 절대 평범한 사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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