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 시간, 나는 없었다.
마취에서 깨어난 그녀는 기억나지 않는 두 시간을 말한다.
그 시간 동안, 병원은 그녀의 존재를 지웠고
얼굴은 노인의 것이 되어 있었다.
아진은 그 시간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사라진 건 시간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일까.
"기록은 사라질 수 있어도, 흔적은 어딘가 남기 마련이지."
자신에게 되뇌며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의뢰, 절대 평범한 사건이 아니었다.
시계는 오전 9시 48분, 아진은 성형외과 앞에서 고개를 들어 간판을 바라봤다. 고급스러운
한자체로 새겨진 병원 이름은 마치 스스로의 권위를 증명이라도 하듯 빛나고 있었다. 의뢰인의
말대로라면 시술 예약 시간은 정확히 10시. 문제의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그즈음이었다.
의뢰인은 분명히 말했다.
"그날, 병원에 들어간 시간은 정확히 오전 9시 58분이었어요. 대기실에서 간단히 문진표를
작성하고, 상담실로 들어가 마취 주사를 맞았고요. 그런데....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깨어보니 오후 12시가 다 돼 있었어요. 그런 데 제 얼굴이..."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떠오른 장면이 아진의 머릿속을 스쳤다. 또렷한 이십 대 중반의
목소리. 하지만 얼굴은, 주름이 깊게 팬 칠순 이상의 노인. 시간은 불과 두 시간 남짓 흘렸을
뿐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아진은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 로비는 말끔하고 고요했다. 인포메이션 데스크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직원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어딘지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서 오세요. 상담 예약이 있으신가요?"
"아뇨. 지인 소개로 잠깐 둘러보려고요. 요즘 이런 분위기의 병원이 많더라고요."
아진은 카메라 가방을 살짝 보여주며 익숙한 체했다. 이전에 병원 홍보 촬영을 다녔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대응했다.
"아, 그런가요? 혹시 명함 있으실까요?"
직원은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유지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아... 깜빡했네요. 요즘 디지털로 주고받다 보니... 괜찮다면 연락처만 남길게요."
아진은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동시에 주변을 빠르게 스캔했다. 의뢰인이 말했던
대기실, 상담실, 복도, 의외로 좁고 구조가 단순했다. 병원 내부는 은은한 조명에 마감도 깔
뜸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지나치게 정돈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원장님은 계시나요?"
"지금 시술 중이신데, 금방 끝나실 거예요. 앉아서
잠시 기다리시겠어요?"
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의뢰인의 말이 떠올랐다.
"제가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병원 안에는 원래 있던 간호사나 상담사는 아무도 없었어요.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누구시죠?' 하며 저를 이상하게 쳐다봤다니까요."
그리고 결정적인 한마디.
"그 병원은 제가 처음 온 사람이라는 듯, 모든 기록이 사라져 있었어요. 제 이름, 예약 내역,
심지어 CCTV 조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