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섬에 온 도시고양이

by Helia

섬 끝마을, 파도 물결 위로 도시의 발자국이 찍혔다.
짙은 바다내음 속에 금속과 기름, 알 수 없는 빛의 향기가 뒤섞여 있었다.
하늬는 부둣가 끝에 앉아 그 냄새가 실려온 바람을 깊게 들이켰다.
바다는 늘 같은 얼굴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의 숨결 속에서, 그 바람은 마치 먼 곳의 이야기를 전하듯 귓가를 간질였다.

멀리 떨어진 도시의 높은 창가에, 또 다른 고양이 루카가 있었다.
창 아래로는 자동차 불빛이 강물처럼 흘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돌길 위에서 반짝였다.
루카는 그 속에서 살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바람 한 점 스며들지 않는, 숨 막히는 고요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네온사인의 빛은 눈부셨지만, 그 안에는 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바람 속에서 낯선 바다의 숨결을 맡았다.
도시의 빛 속에 스며든 그 냄새는 차갑고 짭조름했으며, 이상하게도 마음을 데웠다.

루카는 그 냄새를 따라왔다.
작은 배가 부두에 다가오자, 선착장에 서 있던 하늬의 눈에 도시의 그림자가 들어왔다.
도시의 향기를 품은 고양이. 털끝에 스친 바람마저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했다.
하늬의 꼬리가 가볍게 흔들렸고, 루카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바람이 두 고양이를 감싸며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은 도시의 빛을 실어왔고, 바다의 숨결을 가져왔다.
그 순간, 두 고양이의 눈동자가 처음 마주쳤다.

짧은 침묵이 부두 위에 내려앉았다.
루카는 천천히 부두로 발을 옮겼고, 하늬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파도는 여전히 발밑에서 부서졌지만, 그 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섬의 고요와 도시의 소음이 한데 섞인, 새로운 리듬이었다.

그들은 아직 몰랐다.
이 발걸음이 바다와 도시, 그리고 두 고양이의 운명을 뒤흔들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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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