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온 날
그날, 바다는 낯선 숨결로 파도를 밀어냈다.
짭조름한 향 사이로 금속의 차가움과 기름의 묵직함이 섞여, 공기를 다른 빛으로 물들였다.
하늬의 수염 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기운은 섬에서만 자라난 풀내와 모래 냄새를 밀어내고, 알 수 없는 세상의 향취를 들고 왔다.
갈매기 울음이 공중에 찢겨 흩어졌다.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건조대 위의 미역이 바람에 몸을 뒤집었다.
하늬는 부둣가 끝에서 바다를 가르는 소리를 들었다.
쿵, 쿵—
물결에 부딪히는 뱃전의 둔탁한 울림이 점점 가까워졌다.
선착장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회색 줄무늬 털에 주황빛 스카프를 맨 고양이.
햇빛이 그의 털을 부드럽게 훑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늬를 바라보았다.
파도 소리가 멎은 듯, 공기가 잠시 고요해졌다.
눈빛이 맞물리는 순간, 하늬의 귀가 미세하게 젖혀졌다.
낯선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차갑고 따뜻한 것이 동시에.
루카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짭조름함이 코끝을 스쳤고, 도시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부드러운 습기가 폐를 감쌌다.
그의 시선이 다시 하늬에게 닿았다.
물결의 색이 그의 눈 속에 번져 들어왔다.
바람이 두 고양이 사이를 스쳤다.
그날 불어온 숨결이,
모든 것을 바꿔놓으리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