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별 하나
말은, 오래도록 내 입술 끝에서만 머물렀다.
소리 내지 못한 구절은 새벽의 서늘한 공기 속에 흩어졌고
나는 또다시,
그 밤을 혼자 걸었다.
달빛이 젖은 골목 끝에서
네가 마지막으로 건넸던 인사말이
무심하게 맴돌았다.
나는 그것을 잡으려 하지 않았고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노라.
수많은 말이 내 안에 있었으나
그 어느 것도 너를 향해 건넬 용기를 내지 못하였고
나는 끝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말하지 못하였노라.
너의 어깨너머로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수없이 마음속으로 네 이름을 불렀지만
그 이름은 입술 위에 이르지 못하고
늘 하늘로 날아갔다.
나는 한 장의 종이에
너를 닮은 문장들을 적어 보았다.
한 글자, 한 글자—
너를 닮았으되 너는 아니었다.
별빛 아래, 나는 조용히
무수한 문장을 찢었다.
그 조각들 사이로
너를 보았다.
그러나 너는 오지 않았다.
밤이 깊으면 마음도 깊어진다 하였는데
나는 그 깊은 곳에서
오히려 너를 놓쳐버렸다.
너는 깊지 않은 곳에 있었고
나는 늘, 너무 멀리서
너를 바라보았노라.
네가 웃을 때마다
나는 침묵했고
네가 등을 돌릴 때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때 나는 말하였어야 했다.
그토록 말하고 싶었노라.
그러나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은 사랑이었고
고백이었으며
오래도록 가슴에 품은 그리움이었다.
하지만 너는 그 말을 듣지 못했고
나는 그 말의 끝에서만 머물렀노라.
새벽마다 깨어나는 그 말은
이제 나조차도 잊어버릴까 두렵다.
그러나 그 말은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고
나는 그것을
글로 남겨야 하였노라.
오늘도 나는 너를 쓰고 있다.
말하지 못한 사랑의 언저리에서
고요한 새벽을 한 줄씩 넘기며
그 구절 끝에
너를 남기고 있다.
언젠가는 그 말도 빛이 되기를
별 하나쯤은 되어
너에게 닿기를
나는 바라고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