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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나도 누군가의 새벽이었으면

당신의 밤을 건너는 새벽

by Helia

밤이 길게 내려앉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어둠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 순간 곁에 작은 빛 하나만 있어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 작은 빛이 되고 싶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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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무겁게 깔린 창가에
별빛은 오래된 기도처럼 번져온다.
나는 고요한 숨결로
잠 못 이루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어떤 이의 밤이 깊어
눈물조차 닳아 사라지는 순간에도
나는 보이지 않는 등불처럼
그 곁을 지키는 새벽이고 싶다.

바람에 섞여 오는 이름 없는 노래,
그 노래의 떨림이 그대 창문에 닿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꽃이 피기 전의 향기처럼,
새벽을 예비하는 빛처럼
아직 오지 않은 위로일지라도
그대의 어깨에 스미고 싶다.

당신의 긴 밤에도
조용히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새벽,
그것이 바로 나였으면 한다.

별빛이 묻어나는 하늘아,
내 작은 기도를 데려가다오.
누군가의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
빛 한 줄기 흘려보내다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사라진 뒤,
세상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말할 수 있기를—
그는 한때,
누군가의 새벽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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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나의 마음은 이렇다.
누군가 힘겨운 하루 끝에서 이 시를 만나
잠시라도 위로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의 새벽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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