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바람의 편지
다음 새벽에도
당신이 깨어있다면,
나는 별빛이 되어
당신의 창가를 지키겠습니다.
잠든 도시 위로 안개가 흐르고,
젖은 바람은 종소리처럼 울리며
당신의 이름을 불러옵니다.
나는 그 소리에 기대어
다시 살아갑니다.
어둠은 깊어도
한 점의 등불이 꺼지지 않듯,
당신의 눈동자 하나만 빛난다면
그 순간이 곧 나의 새벽입니다.
나는 오래된 편지처럼 떨며
읽히지 못한 문장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창문을 열어
젖은 바람을 들인다면,
그때는 조용히 펼쳐져
당신의 손끝에 닿고 싶습니다.
기억 속의 상처와
지워지지 않는 고독도
빗물처럼 흘려보내겠습니다.
남는 것은,
당신을 향한 작은 숨결뿐.
다음 새벽에도
당신이 깨어있다면,
나는 두려움의 무게를 견디고
당신 앞에 놓일
작은 꽃잎으로 머물겠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이미 충분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오늘 이 새벽,
혹시 당신은 깨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