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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디오게네스

햇빛을 가리지 마라

by Helia

나는 항아리 속에 앉아
햇빛을 집 한 채 삼았다.

사람들은 궁전을 세우고
화려한 칭송을 좇았지만
내게는 아침의 첫 빛이면 충분했다.

누군가 묻는다.
“무엇을 원하느냐?”
나는 말한다.
“내 햇빛을 가리지 마라.”

재물도, 권력도, 이름도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나는 다만 항아리 속에서
숨 쉬고 웃는다.

낮에도 등불을 든 것은
사람 속에서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다.
군중은 많았지만
진실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외롭지 않았다.
바람이 벗이었고
햇살이 나의 님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이 갇혀 있음을 보았다.
높은 담장 안에, 끝없는 욕망 속에.

나는 자유였다.
나는 가난했으나
나는 풍요로웠다.

“나는 항아리 속에서 자유를 길렀다.”
이 한 줄이면
나의 생은 다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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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