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두 아이가 남긴 이름
“… 기다렸어.”
그 겹친 목소리가 숲을 스치고 사라지자, 말랑숲 전체가 한순간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다. 달빛은 더 또렷해져 발밑의 길을 은색으로 칠했고, 나무들은 부드럽게 몸을 젖혀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 순간, 내 귀에도 미세한 떨림이 스쳤다.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 이상하게 익숙한 감정이었지만, 어디서 왔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
토끼는 내 옆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말했다.
“미미 선생님… 저 목소리… 저예요. 그런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리본이 달빛에 흔들리며 반짝였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요…? 이 목소리, 제가 잃어버린 기억 같아요.”
나는 조용히 토끼의 귀 끝을 쓰다듬었다.
“마음이 찢어지면 조각들이 길을 만들고,
두 마음이 닿으면 울음도 겹쳐져 들려.
네가 느끼는 익숙함은… 그 아이의 감정이 너에게 닿고 있다는 뜻이야.”
말랑숲의 오래된 규칙.
‘마음은 길을 만들고, 기억은 소리를 남긴다.’
달빛에 드러난 길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때, 숲 안쪽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두 귀가 있었지만 토끼 귀와는 달랐다.
더 짧고 둥글었고, 귀 끝이 달빛을 흡수하듯 어둡게 흔들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엉겨 붙은 형체.
정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아기 실루엣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토끼가 숨을 들이켰다.
“저 아이… 제 친구였던 걸까요…?
아니면… 제가 잃어버린 마음 중 하나…?”
나는 아이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네 기억일 수도 있고,
혹은 네 마음 조각을 들고 있는 또 다른 아기일 수도 있어.”
토끼는 눈을 깊게 떴다.
“그럼… 저 아이도 저처럼… 버려졌던 걸까요…?”
그 말에 가슴이 아릿해졌다.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 차갑게 젖은 눈, 조심스레 흔들리는 리본.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내 어릴 적 모습과 겹쳐 보였다.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나를 부르며 울던 목소리가 있었다.
지금 이 달빛처럼 희고, 부드럽고, 슬픈 목소리.
그러나 기억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듯 사라졌다.
나는 그 감정을 꼭 붙잡으려 했지만… 닿지 않았다.
달빛 아래에서 또 하나의 울음이 들려왔다.
이전보다 더 가까웠다.
또르르— 바닥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나는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마음 조각.
이번 조각은 은빛이 아니라, 회빛이었다.
차갑지만… 안쪽에서 따뜻한 빛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표면엔 아주 희미한 선 두 줄이 그려져 있었다.
리본도, 귀도 아닌—
누군가가 작은 손을 모았다가 펼친 듯한 자국.
“저건… 누구의 마음이죠…?”
토끼는 숨을 죽였다.
“아마…”
나는 조각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달빛이 만들고, 그 아이가 남긴 감정일 거야.”
그 순간, 숲이 흔들렸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아닌—
마치 작은 발이 숲의 바닥을 스친 듯한 움직임.
달빛에 아주 잠깐, 실루엣이 드러났다.
작은 몸.
두 귀.
그리고—
따뜻한 빛 하나가 가슴 부분에서 스르르 흘러나왔다.
토끼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저 아이…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아이를 감싸 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그리고 네 목소리도 알고 있어.”
그 실루엣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그 아이의 눈을 스치자—
그 눈이 아주 잠깐 반짝였다.
은빛도, 회색도 아닌…
내가 어릴 때 누군가에게서 본 적 있는 빛.
내 심장이 멈칫했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토끼는 숨을 삼켰다.
“미미 선생님… 저 아이…
방금… 무언가 말했어요…”
달빛이 떨렸다.
그리고 숲 속 작은 그림자 아이가
입을 아주 천천히 열었다.
“…둘이… 왔구나.”
나는 토끼의 손을 세게 붙잡았다.
달빛 아래에서,
그 아이의 실루엣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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